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석유화학 4사는 상반기 합계 매출 38조8616억, 영업이익 6조698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0%, 영업이익은 무려 424.7%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대산공장 화재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롯데케미칼도 1조 원이 넘는 흑자를 올렸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는 2018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또 2분기 영업이익만 59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04.5%나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도 2분기 영업이익이 7537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527.3%에 달한다.
LG화학의 경우 영업이익 대부분이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왔다. 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1조327억 원)가 석유화학 실적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합의금 1조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석유화학이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고부가 합성수지(ABS)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위생 등 친환경·기초소재 사업 호황에 글로벌 경기 회복이란 호재도 잇따랐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기초소재 내 올레핀 부문에서만 영업이익 5841억 원을 기록했다. 대산공장 정상화와 전방 산업의 회복세와 함께 친환경, 위생소재 등의 수요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금호석유화학은 일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와 타이어용 고무 제품 수요가 늘면서 합성고무 부문 매출이 호실적을 냈다.
여기에 1분기 미국의 한파 영향으로 생산설비 가동이 중단돼 공급이 제한된 점도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이익으로 연결됐다.
하반기에는 업계 전반적으로 상반기만큼의 상승세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 대표 제품인 에틸렌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 페트로차이나·지리석화 140만 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120만 톤 등 증설분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고 미국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과열된 전방 산업 수요가 하향 안정화로 바뀌면서 석유화학 매출도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란 뜻이다.
여기에 국내 대표 정유사인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다만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신증설 물량의 유입이 예상되지만 백신 접종 확대나 자동차, 건설을 비롯한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 등으로 마진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 확대로 봉쇄 조치 강화, 원재료 가격 상승, 중국 신규 공장 가동, 계절적 비수기 등의 악재로 수익성과 수요가 줄겠지만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30일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패널 제조 핵심 소재인 FMM(파인 메탈 마스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더블유오에스 지분 100%를 600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일본 업체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쥐고 있는 FMM 시장에 인수 후 상업화로 디스플레이 영역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쌀겨(왕겨) 추출물을 활용해 친환경 고무 복합체를 만든다. 탄화된 쌀겨의 재에 함유된 천연 상태의 실리카를 추출해 화학 공정으로 석유화학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실리카로 가공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방식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방식이다. 현재 6만3000톤인 합성고무의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약 2배 수준으로 확대해 국내외 주요 타이어 업체와 신발 메이커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와 염수소로 생산된 수소를 자체 개발한 수소탱크를 활용해 보관·운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19년 고압탱크설비 제조기업 태광후지킨 인수, 지난해에는 미국 고압탱크 기업 시마론의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