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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에 소비자보호 전문가 뽑겠다더니 6년 허송세월...민간위원 전원 법조·학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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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에 소비자보호 전문가 뽑겠다더니 6년 허송세월...민간위원 전원 법조·학계 출신
민간위원 3배 늘었지만 법률전문가 편중 개편취지 무색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8.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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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확대 개편하면서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을 위촉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제재심 구성이 여전히 법률전문가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년 간 제재심 민간위원 숫자가 6명에서 19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현재까지도 전원이 법조계와 학계 출신 인사로만 구성돼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이른바 'KB사태'를 계기로 이듬해 2월 제재심 민간위원 수를 늘리고 소비자보호와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내용의 '제재심의위원회 개편안'을 발표했다. 제재심은 금융회사 및 임직원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권고하는 기구로 특정 분야에 몰린 위원회 구성은 편향된 판단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기준 제재심 민간위원은 최근 임기만료 위원 2명을 제외한 17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1명이 현직 로펌 소속 변호사와 전문위원이었고 4명은 현직 법학전공 담당 교수였다. 비법률 전문가로는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중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명활 위원은 금융 전문가, 김중혁 위원은 재무금융 전문가다. 이달에 임기가 끝난 민간위원 2명도 대학교수 신분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은 임영록 당시 KB금융그룹 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수위가 수 차례 번복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제재심 개선안을 발표했다. 민간 위원 인력풀(Pool)을 기존 6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법률 전문가 뿐만 아니라 금융, IT,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인력풀 안에 두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2015년 2월 발표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개편방안 중 '제재심 구성 다양화' 방안 내용 발췌(출처 - 금융위원회)
2015년 2월 발표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개편방안 중 '제재심 구성 다양화' 방안 내용 발췌(출처 - 금융위원회)

당시 개편안에는 민간위원 확대 이유로 당시 민간위원 6명이 법조(4명)와 학계(2명)만으로 구성돼 있어 IT와 소비자 보호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다양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적시돼 있다.

이후 제재심 민간 위원은 19명까지 확대됐지만 전원이 학계와 법조계만으로 구성돼 개편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스로 공언했다 IT분야나 소비자 보호 등에 특화된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15년 발표된 제재심 개편안과는 다른 행보다. 제재심의위원의 다양한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과도 배치되는 행보다.  

시행세칙에 따르면 제재심 민간위원 자격 조건은 ▲금융회사 및 금융기관, 소비자단체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 ▲금융·IT·경제·소비자·행정 등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관련 연구기관 또는 대학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 ▲판·검사,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10년 이상 종사자 ▲기재부·금융위·감사원·금감원·한국은행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로 명시돼있다. 
 


금감원은 법리적 판단을 해야하는 제재심 특성상 법조 출신 인사들이 제재심의위원으로 다수 선임됐지만 자격 요건을 다양화해서 꾸준히 역량있는 전문가를 선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은 침익적 제재 처분에 대해 법리적으로 판단해야하고 제재 당사자들간 법적다툼도 벌어지는 등 제재심 역할 특성상 법적 이슈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법률 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조인 출신이더라도 소비자보호나 IT를 비롯해 민간위원들마다 관심분야들이 있어 아예 비법률 전문가를 배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자격 요건을 다양하게 구성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임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는 등 법리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법률 전문가 출신 민간 위원 선임 기조가 짙어질 가능성은 높다. 올해 신규 선임된 민간 위원 5명 모두 현직 로펌 소속 변호사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확대로 IT 관련 이슈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금융민원 증가 등을 감안하면 향후 제재심 구성에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이 기용되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새로 취임한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제재심 민간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기를 마치게 돼 있어 금융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다양한 전문가를 기용할 길을 열려 있는 상태다.

이달 21일자로 맹수석 충남대 교수와 서영숙 중앙대 교수의 임기가 끝났고, 올 연말까지 2명, 내년 상반기 6명 등 민간 위원 10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를 계기로 6년 전 제재심 개편안의 취지대로 IT와 소비자보호 등 비법조 분야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진 새로운 민간 위원이 선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분조위나 제재심 구성원을 살펴보면 너무 폐쇄적"이라면서 "금감원이 좀 더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입장을 담을 수 있는 조직으로 제재심을 운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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