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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소송 항소할까?...하면 '정치금융', 안하면 '위상 추락' 좌고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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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소송 항소할까?...하면 '정치금융', 안하면 '위상 추락' 좌고우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9.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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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징계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오늘(17일)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항소를 통해 1심 판결을 뒤집을 기회를 얻게 되긴 하지만 소송의 장기화나 최근 여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일 항소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정치금융' 논란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항소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권한과 위상은 물론 향후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검사·제재업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항소 포기시 제재 무력화·소비자보호 명분 약화

금감원 입장에서는 1심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현업에서 금감원의 감독·검사 영향력이 약화되고 제재가 무력화될 소지가 높다.

최근 금융협회들이 제시한 자율규제 개선안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6개 금융협회는 금융회사 이사회의 내부통제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고 경영·영업환경을 내부통제에 부합하도록 자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이사회가 내부통제 주도권을 갖는 대신 금융당국은 제재 중심의 감독 보다 개선 방향을 제시하라는 것이 골자다. 이른 바 '자율규제'를 촉구한 셈인데 당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개선안이 손 회장 1심 선고 이후 나왔다는 점에 업계는 의미를 두고 있다.
 


항소를 포기할 경우 금융권 줄소송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금감원은 부담스럽다. 현재 금감원은 손 회장 외에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도 동일한 건으로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이 외에도 사모펀드 사태 관련 다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항소하지 않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동일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와 CEO들 역시 징계수위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한 릴레이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도 항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심은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선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출시해서는 안 될 상품이 고객들에게 판매돼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 징계 사유는 인정했다. 

적어도 은행 측이 상품 개발 및 선정과 판매 등 전 단계에서 총체적 부실이 발생한 점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 차원을 강조해 법적 판단을 다시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 항소하면 '정치금융' 프레임 우려

반면 항소를 결정할 경우 '정치금융'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은 부담이다.  

1심 판결 이후 금감원은 항소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상당했는데 최근 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에서 금감원의 항소를 촉구하며 압박으로 비춰지고 있다.  
 

▲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5명은 손 회장 소송과 관련해 금감원이 항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5명은 손 회장 소송과 관련해 금감원이 항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등은 금감원의 항소를 촉구한데이어 지난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를 주장했다.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면서 "이는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항소 여부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당국 내부에서도 많은 고심이 있어 보이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선 항소 여부와 관련없이 당국과는 부담스러운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 후 제재보다는 금융권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관계 회복을 기대했지만 항소 시 다시 긴장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가 절반 이상 완료됐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장기간의 소송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심에서 금감원의 징계 사유 대부분이 기각됐는데 항소한다면 2심 승소 가능성보단 항소하지 않았을 시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면서 "항소 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도 금감원 입장에서는 덜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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