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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용대출 받으러 편의점 간다?...신한은행 정선 편의점 혁신점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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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용대출 받으러 편의점 간다?...신한은행 정선 편의점 혁신점포 가보니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10.2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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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 강화 기조로 은행들은 수 년째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5대 은행이 폐점한 점포 수가 지난해에만 300곳 이상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에 이르고 올해도 이미 200여 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이로인해 지방등 금융소외지역과 인터넷·모바일이 서툰 노령층 고객에게는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어 대안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이 편의점 브랜드 GS25와 제휴를 맺고 26일 강원도 정선군에 '편의점 혁신점포'를 열었다. 은행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도서지역까지 전국적 점포망을 갖춘 편의점과 조합해  금융소외계층에 은행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있는 혁신 사업이다.

지난 27일 GS25 혁신점포를 방문해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 고정고객 확보한 편의점 혁신점포 입지조건은 최상

현장을 방문하자마자 신한은행과 GS25 양사가 왜 이곳에 혁신점포 1호점을 출점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시중은행들이 비수도권 지역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인 이유는 이용 고객이 크게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점포가 위치한 곳은 신한은행 고객 밀집 지역이었다.
 
▲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은 강원랜드 직원 숙소 단지 내에 위치해있어 배후고객을 상당히 보유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은 강원랜드 직원 숙소 단지 내에 위치해있어 배후고객을 상당히 보유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은 인구 밀도가 낮은 산간지역이지만 점포 주변에 강원랜드 직원 숙소가 대규모로 들어서 있다. 강원랜드의 주거래 은행이 신한은행이고 직원 상당수가 신한은행 주거래 고객이라는 점에서 주변에 거주하는 강원랜드 직원만으로도 고정 고객이 확보된 셈이다.

이 점포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 ATM 기기는 도보로 10분 가량 떨어진 고한역 앞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ATM으로  접근성이 떨어진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강원도 주요 시·군에 지점 또는 출장소가 구축돼있다. 강원도 향토은행이었던 舊 강원은행을 인수한 舊 조흥은행을 신한은행이 인수하면서 강원도 내에서는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운 편이다. 현재 강원도 제1금고는 농협은행, 2금고는 신한은행이 맡고 있을 정도다. 
 
◆ 은행·편의점 공간 완벽한 분리...오후 8시까지 화상상담 가능

혁신 점포는 기존 GS25 편의점 내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편의점과 은행 공간이 완벽하게 분리된 점이 특징이다. 

은행 업무를 보는 '뱅킹 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였지만 고객체험공간(CX Zone)을 뱅킹 존 앞에 구성해 고객 대기 장소로 구성했다. 특히 CX Zone은 고객 매출 데이터를 반영해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는 카페형 인테리어로 꾸미고 은행 자체방송 및 유튜브 콘텐츠가 재생돼 은행 지점 내 대기장소와 같은 분위기였다.  
 
▲ 편의점 혁신점포 내부. 왼쪽은 전문 상담사와 금융상품 가입 등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오른쪽은 개인고객 업무의 80% 가량 처리가 가능한 신형 디지털 키오스크가 위치해있다.
▲ 편의점 혁신점포 내부. 왼쪽은 전문 상담사와 금융상품 가입 등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오른쪽은 개인고객 업무의 80% 가량 처리가 가능한 신형 디지털 키오스크가 위치해있다.

뱅킹 존에 들어서자 '디지털 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디지털 데스크는 예·적금부터 펀드, 신탁, 신용대출 등 은행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한 화상상담 데스크고 스마트 키오스크는 은행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업무를 24시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두 기기를 통해 은행 지점 업무의 약 80% 이상 가능하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소호대출, 기업대출 등 대면이 필수적인 업무는 여전히 영업점을 방문해야 가능하다. 
 
▲ 은행 업무를 보는 '뱅킹존'과 고객 대기공간인 'CX Zone'으로 구성된 편의점 혁신점포. 편의점 영업공간과 완벽히 분리돼있는 점이 특징이다.
▲ 은행 업무를 보는 '뱅킹존'과 고객 대기공간인 'CX Zone'으로 구성된 편의점 혁신점포. 편의점 영업공간과 완벽히 분리돼있는 점이 특징이다.

신한은행 내에서 디지털 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가 동시에 설치된 곳은 그동안 디지털 특화점포인 '디지로그 브랜치'와 '디지털 라운지'정도였다. 그리고 이번에  편의점 혁신점포에 등장했다.  은행 내에서도 편의점 혁신점포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데스크 화상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능하지만 혁신점포 내 디지털 데스크는 마감시간이 오후 8시까지 타 점포에 비해 4시간 더 길었다. 이는 배후 고객층인 강원랜드 직원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계좌가 없었던 기자는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신규 계좌개설을 시도했다. 오프라인 점포와 동일하게 번호표를 받고 안내 음성에 따라 디지털 데스크에 입장하자 'AI 은행원' 안내에 따라 신분증을 통한 본인인증을 마쳤다. 
 
▲ 디지털 데스크에 앉자 AI 행원이 신분증을 이용한 신분 확인 등 기초 업무를 안내했다. 이후 디지털사업부 소속 전문 상담사와 화상으로 연결돼 구체적인 업무절차가 진행됐다.
▲ 디지털 데스크에 앉자 AI 행원이 신분증을 이용한 신분 확인 등 기초 업무를 안내했다. 이후 디지털사업부 소속 전문 상담사와 화상으로 연결돼 구체적인 업무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은행 디지털사업부 소속 전문 상담사와의 화상 상담을 통해 계좌 개설을 진행했지만 직전 1개월 내 타 은행 계좌 개설 이력이 있어 이날 통장 개설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담원과 실시간 화상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돼 실제 지점 직원과 상담하는 느낌은 충분했다. 

다만 디지털 데스크를 통한 펀드와 신탁 신규 가입은 11월 중순부터 가능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사안과 관련해 확인 및 보완사항이 있어 펀드와 신탁 신규 가입에 대해서만 디지털 데스크에서 불가능하다"면서 "11월 중순께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편의점 혁신점포'가 점포 통·폐합 대안? 노령층 고객 흡수가 관건

노령층 고객을 혁신점포로 이끌어 금융소외계층 보호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화상상담과 전화상담 등 보완책이 있지만 노령층 고객은 여전히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고한역 앞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 모(여)씨는 "은행 업무는 대부분 역 앞에 있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으로 간다"면서 "편의점 혁신점포는 처음 듣는데 노인들은 사용하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점포 앞에서 만난 주민 이 모(남)씨도 "강원랜드 직원들은 젊은 층이 많아 자주 이용할 것 같은데 노인들이 쓰기에는 다소 어려워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 편의점 혁신점포가 위치한 고한읍에는 총 3개 금융기관이 위치해있다. 그 중 농협은행 고한출장소는 인근 사북출장소와 연말께 통·폐합이 확정됐다.
▲ 편의점 혁신점포가 위치한 고한읍에는 총 3개 금융기관이 위치해있다. 그 중 농협은행 고한출장소는 인근 사북출장소와 연말께 통·폐합이 확정됐다.

편의점 혁신점포가 위치한 고한읍 내에는 금융기관으로는 농협은행 고한출장소와 신한은행 고한출장소, 상호금융권에서는 신협 지점이 위치해있다. 이 중 농협은행은 연말 사북출장소와 통·폐합 예정으로 지역 내 금융 인프라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점포는 입지 조건과 배후 고객층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요가 있어보였다. 은행에서도 주요 디지털 자산을 투입하면서 혁신점포에 공들인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금융소외지역에 대한 점포 통·폐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편의점 혁신점포는 기능 차원에서는 오프라인 점포의 상당 부분을 구현하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디지털 금융에  소외된 고객들의 대안 마련을 생각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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