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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기록부 위조하고 보증보험 유도해 계약 철회 못하게...중고차 판매 사기 지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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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기록부 위조하고 보증보험 유도해 계약 철회 못하게...중고차 판매 사기 지능화
고질적 폐해로 피해 봇물...대기업 시장 진출 관심도 커져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2.02.22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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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금산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수원 한 중고차 매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구입했다. 전 차주가 정비사여서 차량 품질이 좋다는 딜러의 추천을 믿어서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부터 엔진 경고등이 들어오고 떨림 증상이 발생했다. 수리를 해도 며칠이 지나면 문제가 반복됐다. 

김 씨는 “딜러한테 항의하니 '성능기록담당자에게 얘기하라' 하는 식으로 서로 책임만 떠넘겨 벤츠 서비스센터로 갔더니 수리비가 1000만 원은 나온다더라. 심지어 완전히 고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한다”면서 “딜러가 해결책을 찾아서 전화해 주겠다고 하는데 4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함 증상은 번복되고 있어 미칠 지경”이라 하소연했다.

#사례2. 남양주에 사는 방 모(남) 씨는 지난해 12월 부천 한 중고차 매장에서 아우디 A6를 구입했다. 구매 당시 한달 이내 엔진, 미션 등에 문제가 있을 시 보증수리 조건으로 유료 보험 가입도 권유해 가입했다. 그러나 구입 당일부터 스티어링 휠과 타이어에 소음, 경고음이 켜졌다. 보증 지정업체를 찾았으나 엔진은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해야한다며 방 씨를 돌려 세웠다.

방 씨는 “지정업체는 카센터 수준의 수리만 가능하다는데 보험을 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딜러는 보증 수리업체 연락처를 열흘, 자동차 등록증은 이런저런 핑계로 2주 후에나 보내줬다. 물건만 팔고 나면 차량에 하자가 있든 말든 나몰라라 식으로 나온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례3. 안양에 사는 고 모(여) 씨는 지난달 300~400만 원 정도의 중고차 구입을 고민하다 한 중고차 사이트에서 2013년식 차량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딜러와 상담을 위해 부천 매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약속한 물건은 없었다. 대신 딜러는 40만 원 더 지불하면 2020년식 아반떼로 바꿔주겠다는 제의를 해 승낙했지만 뒤늦게 해당 차량이 기존 차주의 잔금까지 치러야 하는 공매 차량임을 알았다.

▲딜러로부터 협박성 문자를 받은 고 모 씨
고 씨는 “공매 차량을 추천해줘서 잔금이 없는 차량을 판매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잔금 1850만 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더라”면서 “여유가 많지 않아 400만 원 차량을 알아본 건데 차를 구입하지 않겠다 하니 협박성 멘트로 강매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례4. 울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달 울산 한 중고차 매장에서 현대자동차 스타렉스를 구입했다. 자동차성능기록부에는 대기업이 진단한 중고차로 누유가 없다는 설명에 믿고 샀다. 이후 소모품 교체를 위해 카센터를 찾아 점검받던 중 엔진 상하부에 엔진오일이 다량 누유된 것을 확인했다.

▲누유 흔적이 보이는 이 씨의 차량
▲누유 흔적이 보이는 이 씨의 차량
중고차보증 보험으로 수리 접수했지만 지정 정비소에선 엔진오일 팬 교체 외에는 이렇다 할 수리를 해주지 않았다. 

이 씨는 “허위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와 보증보험으로 낭비한 내 시간과 손해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하소연했다.

허위 매물과 결함 차량 강매, 성능점검기록부 위조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폐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봇물이다. 

실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를 홈페이지에 올려 소비자를 유인한 후 다른 매물을 보여주거나 실제 매물과 상태가 다른 차량으로 속이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다. 성능점검기록부 위조는 물론 판매 시 보증보험에도 가입을 유도, 쉽게 환불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유인하는 사례도 잦다.  

소비자의 중고차 관련 피해는 갈수록 눈덩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워낙 많자 다음달 치뤄지는  대선을 앞두고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이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등장했을 정도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차량의 완전 정보를 갖고 있는 판매자가 구매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하는 시장 특성과 함께 대기업 진입 규제로 인한 시장 폐쇄성이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말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진행한 중고차 관련 설문조사(20~60대의 전국 성인남녀 1000명, 표본오차 95%·신뢰 수준 ±3.1%포인트)에서 69.9%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인증 중고차 판매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 의견은 8.0%뿐이었다.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면 적어도 현재 만연한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을 줄이고 투명하고 건전한 매매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미 2019년부터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지만 중고차 업계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쳐 정부도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못 들어주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일시 정지 권고를 내리면서 대선이 끝나는 3월 이후로 다시 한 번 결론을 미루자 현대차에서도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최근 용인시에 중고차 매매업 등록을 마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대기업 진입 규제가 없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열었고 기아도 전북 정읍시의 승인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을 위한 지자체 등록을 마치면서 심의위 결론이 나오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얘기지만 수입차도 중고차를 직접 파는 상황에서 현대차만 가로막겠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로 장단점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가 (현대차의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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