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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희망적금 대란...재주는 은행이·생색은 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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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희망적금 대란...재주는 은행이·생색은 정부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2.28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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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만명이 이용하는 은행 앱이 몇만명 적금 가입 희망자 때문에 접속이 지연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21일부터 가입이 시작된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에도 각종 민원이 쏟아져 몸살을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기되는 민원 대다수는 상품 가입이 지연됐다는 내용이다. 모바일 뱅킹은 최대 수 시간을 대기해야했고 영업점에도 고객들이 몰려 일반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겉보기에는 은행들이 수요예측을 못해 서버를 늘리지 못하는 등 준비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가입 첫 날이었던 지난 21일을 제외하고는 은행 모바일뱅킹 접속 자체가 지연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신청자가 적금 가입 대상인지 조회하고 가입을 승인받는 단계에서는 다수 지연이 발생했다.

이는 일반적인 은행 적금과 달리 청년희망적금은 정책성 상품으로 가입 가능한 대상이 제한되어있어 서민금융진흥원을 비롯한 유관기관과 가입자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했고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계속 접속하다보니 밀리는 정체 현상이 발생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정부의 수요 예측보다 더 많은 고객이 몰리다보니 감당을 못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청년희망적금 개시를 앞두고 서민금융진흥원과 은행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은 당국에서 지침이 내려오는대로 부랴부랴 고객들을 받아 진땀을 흘려야했다.

그 사이 수요 예측을 잘못한 정부는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자 갑작스레 선착순 대신 2주 간 신청하는 가입 건 모두를 받아주겠다고 궤도를 수정하면서 추가 재정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 상품은 은행이 연 5~6%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고 정부가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은행들도 당초 계획보다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부담해야하는 이자비용도 늘었다.  

청년희망적금은 좋은 취지와 달리 시기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임박해서 나와 청년층을 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들은 관련 민원에 시달리고 비용만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제도적 미비로 지급 업무를 대행하는 카드사들이 다수 민원에 시달리고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부담하면서 논란을 빚은 것이 재연된 셈이다.

미숙한 정책 집행 그리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앉는 금융회사, 언제까지 이런 '관치금융'을 불편한 광경으로 봐야할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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