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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소주가 전통주라고?…주세법 따라 온라인 판매여부 갈려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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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소주가 전통주라고?…주세법 따라 온라인 판매여부 갈려 형평성 논란
사회적 논의 거쳐 구매 루트 다양화 요구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4.1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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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에서 정의하는 전통주 개념이 일반 대중의 관념과 달라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주류업계로부터 제기됐다.

일례로 최근 '박재범 소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원스피리츠 원소주가 전통주로 분류돼 주세감면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갖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막걸리는 전통주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소주, 막걸리 등 대한민국 고유의 술을 전통주로 여기지만 실제 법에서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만을 전통주로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출시된지 20년도 더 된 참이슬은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데, 최근 출시된 원소주는 전통주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통주는 일반 술과 달리 주세 감면이 적용되며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다. 청소년 보호 명목 하에 주류는 원칙상 온라인 판매가 불가하나, 전통주 시장은 활성화돼야 한다는 취지로 온라인 판매를 전통주에 한해 풀어준 것이다. 이같은 각종 특혜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미성년자의 주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원스피리츠 원소주는 지난 달 31일부터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해 지난 8일 기준 1만4000병을 판매하며 온라인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원소주는 평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매일 2000병씩 한정 판매되며 한 병당 1만4900원이다. 일반 소주 가격의 8배에 달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박재범 소주'라는 유명세를 타고 판매 시작 1~2분 내에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류의 통신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전통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원소주는 소주로 분류되면서도 주세법에서 규정하는 전통주 범주에 포함돼 있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주세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전통주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분류된다. '무형문화재 또는 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아 만드는 술'과 '농업인이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다.

원소주는 양조장이 강원도 원주에 위치해 있고 주 원료도 원주 지역농산물인 쌀이다. 즉 엊그저께 나온 술이라도 '농업인이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전통주로 인정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나루생막걸리도 주세법상 전통주로 인정받고 있다. 나루생막걸리는 서울 농산물인 쌀을 주 원료로 서울 양조장에서 제조되고 있어 전통주 범주에 들어섰다.

반면 출시된지 수십년이 넘은 장수 생막걸리나 참이슬·처음처럼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전통주가 아닌 일반 막걸리와 소주로 분류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특산품으로 제조하고 있지 않아서다. 

국산 위스키를 표명하는 골든블루나 전통주를 계승하는 국순당 제품들도 혼, 려 고구마 증류소주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일반 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화요, 일품진로 등도 마찬가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주는 법률상으로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주류 전문가들도 전통주를 구분하지 못한다. 누가 만든 술인지 어떤 원재료를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쿠팡, 지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술, 전통주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나오는 주류 제품들이 바로 전통주다. 
 

▲쿠팡과 지마켓에서 술 또는 전통주 키워드로 검색 시 나오는 주류 제품들. 모두 전통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쿠팡과 지마켓에서 술 또는 전통주 키워드로 검색 시 나오는 주류 제품들. 모두 전통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전통주는 세제 혜택도 있다. 주세법시행령에 따르면 증류주 기준 72%인 세율이 전통주는 50% 감경돼 36%까지 내려간다. 전통주에 사용되는 모든 용기·포장대금도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전통주에 주어지는 이같은 특혜들은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청소년의 주류 접근성을 높이고 주종별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을 우리 전통주가 아닌 것으로 일반 국민이 오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관념과 법적 개념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주세법상 전통주 정의를 개정하고 시장 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특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청소년보호법에 의거 청소년 유해약물이므로 주류 온라인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다. 네이버 카페 디젤매니아의 한 회원이 올해 3월에 올린 '왜 인터넷으로 술을 못사게 막아놓은 건가요?'라는 글에도 '미성년자 때문'이라는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렸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소매 유통점에서는 담배와 주류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데, 규제 완화 시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카페 '디젤매니아' 한 회원이 올린 질의 글. 미성년자 때문에 주류 판매가 안 되고 있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네이버 카페 '디젤매니아' 한 회원이 지난 달 14일에 올린 질의글에는 미성년자 주류 접근성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가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반대로 수제맥주와 수입주류를 취급하는 일부 업체들은 전통주만 풀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전통주업계는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제맥주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의 폭과 편리성을 고려하고 대형업체가 아닌 영세업체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주류 온라인 판매 규제 완화"라면서 "판매루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대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합리적인 제어 장치를 규제 수단으로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달 말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해 업계 의견을 청취했으나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업체 측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별 소득없는 자리가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온라인 판매 규제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우선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대표는 "수많은 주류 제품들이 생산, 판매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충분히 비교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구매절차 강화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해 구매 루트를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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