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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약국으로 가져오라면서…환경부·지자체 핑퐁 행정에 약국들만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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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약국으로 가져오라면서…환경부·지자체 핑퐁 행정에 약국들만 곤혹
환경부 "올해 중 구체적 가이드라인 정비"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4.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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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 12일 사용기한이 지난 두통약을 버리기 위해 인근 약국 세 곳에 들렀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약사들은 "우리 약국에서는 폐의약품을 받지 않는다"며 보건소나 행정복지센터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안내받은 기관들은 유 씨가 사는 곳으로부터 걸어서 2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네 번째 들른 약국에서 마침내 수거함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방치돼 있었다. 유 씨는 "폐의약품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약국에 가져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비의약품 수요 급증으로 버려지는 약이 덩달아 늘면서 허술한 폐의약품 수거체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폐의약품은 그냥 버리면 환경오염이 유발되므로 별도 전용 수거함에 분리배출 후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먹다 남은 약은 약국과 보건소로 가져오세요'라는 홍보문구를 통해 수거 주체를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약국에서는 폐의약품 수거 안내문이나 수거함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수거를 요청하면 보건소로 가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일부 시군구 보건소에서는 구청으로 수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한다. 서로가 책임 주체가 아니라며 핑퐁을 하는 모양새다.

폐기물 관리법에서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중 건강·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폐기물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정하고 있다. 생활계 유해폐기물에는 폐농약과 폐의약품, 수은이 함유된 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폐의약품 수거에 대한 세부내용은 환경부에서 배포하는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지침에 담겨져 있다. 무상 배출하되 약국·보건소 등에 버리고, 약국·보건소는 관련 안내문 부착과 함께 수거함을 눈에 잘 띄고 접근이 용이한 곳에 비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약국에 비치돼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
▲약국에 비치돼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
폐의약품을 수거해 소각하는 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그러나 대부분이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두고 있지 않고 수거·소각 방법이 제각각이며 예산도 편차가 커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관계당국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폐의약품 수거체계를 만든 후 지자체에 모든 책임을 일임하고 약국에 갖다주라고만 홍보하고 있다. 약국들은 처음에는 민간 차원에서 폐의약품 처리를 열심히 도왔다. 그러나 관련 예산·방식 등으로 지자체에서 수거와 처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약국 내 폐의약품이 쌓여갔고, 체증 현상으로 더는 수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범정부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폐기물 처리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폐의약품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는 환경부다. 환경부는 가정 내 폐의약품을 약국에서 수거해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회수·처리체계를 2008년 4월부터 구축해왔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약사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6개 기관·단체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비치된 수거함에 폐의약품을 배출하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강제성 없는 협약으로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별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환경부 측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9년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 조문이 폐기물 관리법에 신설됨에 따라 폐기물 수거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중으로 전국 지자체와 협의하고 관련 내용을 받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등 정리 작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을 땅에 매립하거나 하수구에 버리면 항생제 등의 약 성분으로 심각한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이 야기될 수 있다. 이에 일선 시군구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 행정복지센터, 공동주택 등에 설치해두고 있다. 수거함에 담긴 폐의약품은 지자체에서 설정한 전문업체가 수거해가며 일반쓰레기와 구분해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별도로 소각 처리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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