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가상자산과 소비자보호②] 공신력 없는 코인 남발... 암호화폐 '먹튀' 사고에 무방비
상태바
[가상자산과 소비자보호②] 공신력 없는 코인 남발... 암호화폐 '먹튀' 사고에 무방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6.14 07:18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자산 열풍으로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일확천금의 단꿈에 젖어 코인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제도와 규정이 정비되지 않아 피해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받을 방법도 막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그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을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테마로 하는 가상자산 '스퀴드' 코인이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개발자측은 당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6가지 게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우승자를 가리는 '오징어 프로젝트'를 개최하겠다면서 참가비로 스퀴드 토큰 1만5000개와 NFT(대체불가토큰)을 구매하도록 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누적된 참가비의 90%를 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참가자가 많을수록 상금이 늘어나는 구조에 현혹돼 수 많은 투자자들이 스퀴드를 구입했다.

총발행량 8억 개 중 3억6480만 개가 사전판매됐고, 정식 출시가 이뤄진 26일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코인당 0.01달러였던 코인 가격이 하루동안 2400%나 폭등했다. 스퀴드 가격은 11월 1일에는 28만배 수준인 2861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단 5분만에 0.00079달러로 폭락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개발자들이 코인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 달아나는 바람에 코인이 휴짓장이 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이렇게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절차가 너무 간단해서 발행처의 공신력이나 가상화폐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코인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한 사고가 그치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발행은 했지만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악용한 '먹튀 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외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서도 갑작스러운 상장 폐지로 자산을 날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 '코인 발행' 쉬운데 대행업체까지 남발 부추겨...알맹이 빠진 '백서'만 보고 위험 무릅 쓰라고?

가상화폐가 우후죽순으로 발행될 수 있는 것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가상화폐 특성상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구조적인 원인 탓이다.  

'프로젝트'로 불리는 가상화폐 제작은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사업자들이 일종의 사업계획서인 '백서'를 만들고 상장을 위해 거래소 심사를 거쳐 최종 상장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백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가상자산의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는 중대한 참고 자료가 된다. 하지만 정작 가상자산의 구조, 위험수준과 같이 투자결정에 관련된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고,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기술돼 백서가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가상화폐 백서 제작부터 거래소 상장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대행업체들이 성행하면서 공신력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가상화폐의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
 

▲ 한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 가격표. 백서제작부터 거래소 상장 대행까지 약 2000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 한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 가격표. 백서제작부터 거래소 상장 대행까지 약 2000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 대행업체의 경우 약 2000만 원이면 백서제작부터 가상화폐 발행, 법률자문, 거래소 상장대행 등 전 과정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러한 풀패키지 상품의 경우 의뢰인이 원하는 가상화폐 이름과 사용 용도만 알려주면 된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일정 자본만 있으면 가상화폐 제작과 유통까지 가능한 것으로 이렇게 양산된 가상화폐가 시세조종 등 선량한 투자자에게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대형 거래소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상장을 막기 위한 노력이 최근 이뤄지고 있다. 대형 거래소들은 엄격한 상장 심사 기준을 두고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장 검토 과정에서 외부기관 및 전문가들과 객관성을 검증하기도 하고 별도의 상장심의위원회를 두고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빗썸의 경우 ▲상장 신청서 접수 ▲내/외부 상장 검토 ▲재단 커뮤니케이션 ▲상장/마케팅 계약 체결 등 4단계를 거쳐야 상장이 이뤄지는데 특히 기술, 금융, 법률 관련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상장심의위원회의 상장 적격성 검토 및 검증을 통과해야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특금법 시행 이후 라이선스 사업자만 원화마켓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정이 됐고 투자자들과 시장 모두 성숙해지고 있다"면서 "거래소들 역시 업력이 쌓이면서 괜찮은 프로젝트만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장심사도 자체 기준에 의해 개별적으로 진행되며, 그 기준도 공개되지 않아 공신력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멋대로 코인 상장폐지에 투자자만 피멍...‘테라‧루나 사태’도 거래소가 키워)

다만 지난 13일 열린 당정 2차 가상자산 간담회에서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가상자산의 상장-유통-폐지 단계에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개선될 지도 주목받고 있다.

거래소들은 상장단계에서 각 거래소들이 고려할 최소한의 공동 평가 항목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기술적 효율성 뿐만 아니라 해당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사업성, 실현가능성, 구조적 위험성, 폰지사기 여부 등도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객관성 담보를 위해 가상자산 심사 시 외부 전문가 참여비율도 높이고 평가 결과로 문서화해서 깜깜이 심사를 방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 '개발자 먹튀'하는 '러그풀' 사례 빈번...'루나 사태' 냈는데도 '루나2' 발행에 걸림돌 없어

가상자산 시장 초기와 달리 현재 제도권 거래소에서는 무분별한 가상화폐 상장과 먹튀 사고가 크게 줄었다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해외 소규모 거래소의 경우 상장이 쉽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 피해가 여전하다.

지난해부터 성행하고 있는 '러그풀 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러그풀은 ‘양탄자를 갑자기 잡아당겨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을 쓰러트리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가상자산에서는 개발자가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행위를 가르킨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해액은 총 5억7500만달러(약 739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러그풀 사기로 추정된다. 

러그풀사기는 비교적 접근성이 낮고 적은 가격으로도 상장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앞서 소개한 '스퀴드 코인'도 이에 해당한다.
 

▲ 스퀴드코인 차트. 최고가를 찍은 코인 가격이 불과 5분 만에 급락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출처-코인마켓앱 캡쳐)
▲ 스퀴드코인 차트. 최고가를 찍은 코인 가격이 불과 5분 만에 급락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출처-코인마켓앱 캡쳐)

지난해 10월 말 팬케이크스왑 플랫폼에 최초 상장됐던 스퀴드 코인은 발행 당시 1개 당 0.01달러에 불과했던 가격이 2861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화하고 현금화하면서 5분 만에 가격이 0.00079달러까지 폭락했다.  

싱가포르 거래소 비트겟에 상장했던 '아미코인'도 러그풀 사례로 꼽힌다. 아미코인은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를 연상케 하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치렀지만 BTS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자 싱가포르 규제 당국 제재로 인해 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상장도 하지 않은 가상화폐를 샀다가 가치가 급락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도지코인'처럼 밈(meme)에서 출발해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았던 '진도지 코인'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 하다. 
 

▲ 진도지 코인
▲ 진도지 코인

진도지 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로 거래소 상장은 되어있지 않았지만 이더리움을 구매한 뒤 가상화폐 지갑인 '메타마스크'를 통해 교환할 수 있었다. 상장 이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사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하고 홈페이지를 닫은 뒤 잠적하면서 진도지 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97% 급락하며 금전적 피해를 양산했다. 

국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자신들이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을 상장시킨 뒤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시세를 급격하게 올린 뒤 보유한 가상자산을 모두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들이 검거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 지난 2020년 8월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를 상장힌 뒤 3개월 간 자전거래를 통해 시세조종을 한 뒤 이듬해 일괄 매도해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들이 최근 검거되기도 했다. (출처-강남경찰서)
▲ 지난 2020년 8월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를 상장힌 뒤 3개월 간 자전거래를 통해 시세조종을 한 뒤 이듬해 일괄 매도해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들이 최근 검거되기도 했다. (출처-강남경찰서)

문제는 이러한 러그풀 사기는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피해를 입어도 개발자가 이미 종적을 감춘 상황이라 정보 파악이 어렵고 법적으로도 구제 받을 수 있는 조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해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루나 사태'도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대표적인 자화상이다. 

지난달 초 개당 10만 원을 육박했던 가상화폐 '루나'는 불과 열흘 만에 99%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기준 50조 원 이상의 자산이 날아가며 대규모 피해를 양산했다. 

하지만 '루나'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는 지난 달 28일 '루나2'를 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루나2' 역시 한 때 개당 19.53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1~2달러로 급락하면서 고점에 투자한 다수 소비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하루에도 가상화폐의 가치가 90%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무방비 상태이지만 가상화폐 발행부터 상장 그리고 이후 행보까지 투자자들에게 주의 또는 경고를 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  

러그풀 사기는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에서도 전이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유명 NFT 사이트에서 고양이 캐릭터 NFT를 사면 가상자산을 매일 지급하겠다고 속여 2억여 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러그풀 문제가 디파이(탈중앙화금융)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아직 법적 근거가 없으니 각자 조심해야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같이 될 수밖에 없어 법이 빨리 만들어지고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한다”면서 “문제는 탈중앙화, 분권주의를 지향하는 환경인데 규제체계 내에서 그것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 가상화폐 발행 자격 요건 갖추자... 법적 제도정비 움직임

가상화폐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가상화폐 발행 자격 요건을 갖추는 일종의 허들을 두자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를 규제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발행업자 또는 가상화폐 자체를 규제하는 법안은 마련되어있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발행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달 발생한 '루나사태'를 계기로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기본법' 법제화 속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총 6개에 달한다.

다만 현재 정부안으로 마련될 예정인 가상자산기본법은 내년에 제정한 뒤 내후년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주현 내정자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가상자산 관련)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과정이 오래 걸려 문제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이전에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공정거래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서둘러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연합회 회장은 "가상화폐 가격 변동은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에 의한 변동일수도 있지만 토큰을 상장한 발행자의 시세조종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시장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