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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 멀어져 버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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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 멀어져 버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5.16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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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갑작스런 사임의사는 자의인가, 타의인가? 새정부 출범직후 사의표명이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확보에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금융감독원 안팎이 시끄럽다.

"이제 후임 원장이 누가될지 정말 중요하게 되었다"
정 원장이 갑작스런 사임 의사를 밝힌 뒤 금감원 직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사임 시기는 갑작스러웠지만 크게 놀랍지도 않다는 의미다. 

정권이 교체되면 반드시 바뀐다는 '금감원장 교체론'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그의 사임 이유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사의 표명'으로 짧고 명확했다. 
 


관례대로 사임 했지만 뒷 맛은 씁쓸하다. 그가 금감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과정을 곱씹어보면 더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5월 윤석헌 전 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친 뒤 후임 원장이 오기까지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정권이 바뀌면 수장이 교체되는 관행때문에 '순장조'가 될 금감원장 자리를 누구도 내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어렵게 부임한 정 원장은 내·외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외부적으로는 '법과 원칙에 의한 감독'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징계로 갈등을 겪은 금융권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내부적으로는 예산권을 쥔 금융위원회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 올해 금감원 예산이 전년 대비 8.6% 증액됐다. 신규 직원도 사상 최대규모로 채용해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도 기대되고 있다. 성과는 분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시한부 원장'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현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가 차기 원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권 인사보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 입장에서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관행'이 적절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 독립기구이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수장으로 내려보낸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질 만큼 금감원은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원장의 사임에 대해 "결국 윗선에서 원하는 인물이 따로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이 교체되는 관행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일관성이라는 목표에 거꾸로 가는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근 수 년간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이 임기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금융감독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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