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들이 사이즈의 오차 범위를 멋대로 책정, 공지해 사이즈 오차에 의한 반품 환불 책임을 피해나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없는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표기된 사이즈를 확인하고 구매해도 실제 크기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즈 오차 범위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어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지만 관계기관들도 모두 손놓은 상황이다. 공정위는 "입어보고 구입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입장을 밝혔고 한국소비자원도 "불량여부는 심의를 받아볼 수 있다"는 사후약방문 같은 방안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판매 사이트에서 기장, 허리둘레 등 의류 치수를 확인하고 샀는데 실제 제품을 받아보면 크기가 달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심지어 같은 제품, 동일 사이즈인데도 크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불량이라고 생각해 환불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업체들은 제품 판매 페이지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최대 3cm까지 오차가 있을 있다'는 등 문구로 면피하고 있다. 오차 범위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아 업체서 고무줄처럼 늘려 놓아도 소비자가 손 쓸 수 없는 셈이다.
실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브랜드와 뮬라웨어, 안다르, 젝시믹스 등 애슬레저룩 브랜드, 빈폴, 헤지스 등 캐주얼브랜드의 공식몰에서 판매하는 사이즈 오차 범위 표기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빈폴, 헤지스 등 4개 브랜드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만 할뿐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기재하고 있지 않았다.
뮬라웨어와 안다르, 젝시믹스 등 애슬레저룩 브랜드는 모두 오차 범위에 대해 고지하고 있었지만 그 범위는 서로 다르다.
안다르는 공식몰 판매페이지에서 ‘제품 사이즈는 측정방법에 따라 1~3cm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3cm까지는 크기가 차이 나더라도 환불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뮬라웨어도 오차 범위를 최대 3cm까지 인정하고 있으며 젝시믹스는 최대 2cm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오차 범위에 대한 안내마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디다스는 판매페이지 사이즈 가이드에 정확한 오차 범위에 대한 언급 없이 ‘소재와 디자인 특성상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 사이즈 가이드도 일부 제품에만 표시돼 있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이트 개편을 통해 다른 제품에 대한 가이드 정보 업데이트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에도 레깅스 오차 범위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문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나이키 고객센터는 “회사 자체에서 오차범위 수치를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구매한 제품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구매한 센터에서 비교·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의류의 부위나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오차범위 1cm까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F 측은 "제품 종류에 따라 오차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들은 같은 제품도 특히 색이 다르다면 충분히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입 모았다. 같은 원단이라도 염색이나 재단 과정 등 공정에 따라 차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공정 중 몇 차례 염색을 하느냐 등 이유로 원단이 수축하면서 크기 차이가 날 수 있다. 사전에 안내한 오차 범위 내라면 불량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환불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동일 제품의 착용감이 좋았거나 핏이 적합해 다른 색으로 재구매를 했지만 기대한 착용감이 아니라 실망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오차 범위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환불도 받기 어렵다며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공정 과정에서 오차범위가 생길 수 있고 사람마다도 다를 수 있다 보니, 의류 구입시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입어보고 구입하는 편이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사이즈 불량 여부에 대한 심의를 받아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