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 중 엔진룸에서 불 났는데 보상도 못받아=창원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5월 C브랜드 수입차를 몰고 가던 중 보닛에서 연기가 나 깜짝 놀랐다. 엔진룸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거다. 박 씨는 “갑자기 주행 중 연기가 나 급히 운전을 멈추고 정비소를 찾았는데 엔진룸에서 불이 난 거라고 하더라. 업체 측은 제조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번하지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워 보상을 놓고 제조사와 소비자 간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에서 화재 원인을 제품 결함으로 인정하는 일이 거의 없는 데다 국과수에서 조사해도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자동차 화재로 인한 피해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BMW와 현대차, 재규어, 푸조, 테슬라 등 브랜드와 모델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소비자는 당연히 차량 결함이라 생각해 보상을 요구하지만 제조사에서 '원인 조사 중'이라고 몇 달씩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원인 불명’으로 판정나면 아무런 보상도 요구할 수 없다.
자동차 화재는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차량이 전소한 경우 발화 원인을 찾기 어렵다. 특히 구입한 지 오래된 차량의 경우 소비자 관리 문제도 있어 보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확실한 원인이 밝혀진 게 아니라면 이미지 하락과 판매량 감소 등 우려로 결함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각사 지침 및 내부 절차에 차량 결함이나 하자 여부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다. 고객 동의 하에서다. 필요 시 경찰, 국립과학수사원, 소방서, 자동차 전문가 등이 합동조사단을 구성한다. 수입차의 경우에 따라 안전 담당자가 방한하기도 한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결함이나 하자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도중 보험이나 일반 수리를 원하는 고객 결정에 따라 조사를 철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화 원인은 다양하나 일반적으로는 엔진 부품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냉각수나 엔진 오일 부족 시 과열로 인한 합선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신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7년 정도 넘어서면 차주 관리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모호한 것이 4~5년 정도 된 차량인데 원인을 찾지 못하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 따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재 사건마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보상 등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입 모았다.
한 국산차 관계자는 “리콜의 문제가 아니라면 화재 원인이 다양하고 차량 연식 등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화재의 위험성을 줄이려면 수시로 차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계자는 "차량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거나 고장이 반복되면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하고 신차 시기를 벗어나면 서비스센터나 정비소를 방문해 주기적으로 엔진룸을 청소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요즘은 차량에도 전기 부품이 늘어나면서 블랙박스나 원격 장치도 많은데 배선 문제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소모품들은 전문 센터에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