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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소비자, 의약품 유통기한 두고 옥신각신…'고의' 판매 아니면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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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소비자, 의약품 유통기한 두고 옥신각신…'고의' 판매 아니면 처벌 못해?
관련법상 업무정지, 과징금 처분...실제론 계도뿐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6.12 07: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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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금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이달 5일 A약국에 들러 목감기 증상에 좋다는 아이월드제약의 '청성환 엑스과립'을 구매했다. 집에 와서 약을 확인해보니 포장지에 찍힌 날짜가 2021년 9월 29일로 8개월이 지나 있었다. 오래된 약을 팔았다고 생각해 A약국을 다시 찾았고 약사는 사용기한이 아닌 제조년월일 수 있다며 다른 약으로 교환해줬다. 김 씨는 "포장지에 찍힌 날짜가 유통기한인지 제조년월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약을 팔았다는 게 어이없다"고 황당해했다.
 
▲김 씨가 지난 5일 A약국에서 구매한 아이월드제약 청성환 엑스과립 포장지에는 2021년 9월 29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다
▲김 씨가 지난 5일 A약국에서 구매한 아이월드제약 청성환 엑스과립 포장지에는 2021년 9월 29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다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에 올해 3월 10일 B내과에서 한국얀센 타이레놀과 코스맥스파마 세티레인캡슐, 유한양행 알마겔정, 코오롱제약 코푸진시럽 등 약 4종을 처방받았다. C약국에 들러 약을 구매해 복용하던 중 코푸진시럽 사용기한이 한참 지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포장지에 찍힌 날짜가 2021년 12월 18일로 사용기한이 두 달도 더 지나 있었다. 이 씨는 "약 사용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복용했다. 몸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씨가 올해 3월 10일 C약국에서 구매한 코푸진시럽의 포장지에는 사용기한이 2021년 12월 18일로 찍혀 있다
▲이 씨가 올해 3월 10일 C약국에서 구매한 코푸진시럽의 포장지에는 사용기한이 2021년 12월 18일로 찍혀 있다

일선 약국들이 사용기한, 이른바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 잇따라 소비자들이 우려를 제기했다.

구매한 약의 사용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소비자들은 복용에 따른 이상반응을 걱정하고 있다. 오래된 약은 약효가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염려들이다.

약사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진열·판매할 경우 최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계도에 그치면서 법위반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약국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약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달 들어서도 수 건 올라왔다. 약사가 환자 안전을 위해 사용기한을 보다 꼼꼼히 확인하고 판매했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약국들은 평소 의약품을 관리하면서 사용기한이 지난 것은 반품을 위해 별도 보관하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로 일부 제품이 판매됐다는 입장이다. 사용기한이 경과된 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품 교환이나 구입가 환불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의약품 사용기한은 약을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 보관했을 때 효능과 품질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등 전세계 규제당국은 사용기한 경과 후에는 약을 복용하지 말고 폐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약사법과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약 포장지에는 제조번호와 사용기한을 병용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제조년월이 아닌 사용기한이 지난 약으로 볼 수 있다. 

약사법, 의약품안전규칙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이나 약국 등은 변질‧손상됐거나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진열해서는 안 된다. 실수로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진열하면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에 그치지 않고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형, 형사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의성 없이 단순 관리 소홀로 내려지는 이 같은 처벌들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또 사용기한은 약 성분마다 다르므로 사용기한이 지난 약이라고 해서 효능과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용기한이 6일 지난 약을 판매해 법원까지 간 사건도 있다. 결과적으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약사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약계에 따르면 사용기한이 지난 약은 변질되는 게 아닌 약효가 줄어드는 것으로 부작용 발생 우려는 거의 없다.

다만 약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바를 인지하고 실수로라도 사용기한이 지난 약을 진열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약국이 존립하고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소 엄격하더라도 관련 법 규정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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