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미래 비전 하에 1981년 유공을 인수한 뒤 유전이 없는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매년 이익의 15% 이상을 석유 개발에 투자, 정유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유공 R&D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연구개발 능력을 끌어올렸다. 1984년에는 국내 최초로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전 개발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낳았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은 일찍부터 사업을 다분야로 확충한다. 정유업만으로는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명확했다. 1989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코네티컷주에 신약개발 연구소 설립, 1998년 노트북·캠코더용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독자 개발 등으로 바이오·배터리 사업 진출의 토대를 마련한다.
정유업뿐 아니라 석유화학, 바이오, 종합 에너지, 배터리, 친환경 그린 등 다분야로 성장을 도모한 것이다.
그 결과 유공 인수 당시 1조9676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6조8429억 원, 23배 넘게 성장했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업은 배터리로 2020년 대비 약 90% 증가한 3조398억 원을 기록했다.
현 SK이노베이션 대표는 김준 부회장이다. 1987년 유공 입사를 시작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SK에너지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 등 SK그룹 주요 부서를 거친 뒤 2017년 대표로 취임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업의 정체성을 친환경 그린 중심으로 전환하는 '카본 투 그린'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회사의 정체성을 친환경 에너지, 소재 회사로 설정해 관련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30조 원을 그린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1억 톤 이상의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크게 △배터리사업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경영모델로 전환 △온실가스 배출 '제로(0)' 조기 달성 세 가지 틀을 세우고 친환경 기업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구성원이 항공분야 탄소배출량 검증원과 국제 환경검증 자격을 취득했고, 회사 차원에서 전문 역량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등 친환경 조직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해외 친환경 투자도 잇따른다. 올해에만 테라파워(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설계), 펄크럼(폐기물 가스화), 아모지(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등 다양한 미국의 친환경 기업에 잇달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생산하는 모든 석유류 제품의 탄소 배출량 검증 및 해결방안 확보 방안도 점진적으로 마련해 넷제로(Net Zero)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