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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소송 고사위기㊦] 애플 사태 때 국내선 배상 흐지부지...'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 대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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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소송 고사위기㊦] 애플 사태 때 국내선 배상 흐지부지...'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 대안 부상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02.08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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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단체소송은 소송에서 이겨도 업체에게 손해배상이나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구제청구소송이 가능한 집단소송법을 도입하거나 소비자단체소송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확장하는 내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2016년 애플 배터리 사건에 이어 지난해 초 발생한 삼성전자 갤럭시 게이트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소비자단체소송 개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 개의 사건 모두 외국에서는 집단소송을 통해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 국내는 아예 소송이 중단되거나 외국에서 이뤄진 배상금에 택도 없는 금액만 돌려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미국 환경보호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 약 48만2000대에 조작된 배기가스 장치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배출가스를 통제하는 엔진 제어 장치에 이중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덜 배출하고, 실제 주행 모드에서는 다량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도록 설계해 인증시험을 통과한 것. 게다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친환경‧고효율‧고성능이라고 허위 광고까지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에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제기해 6개월여 만에 미국 소비자에게 153억 달러(20조6550억 원)를 배상키로 합의했다. 문제가 된 차량을 소유한 미국 소비자 47만5000명은 폭스바겐 한 대당 635만 원~1350만 원을 배상받게 됐다.
 
반면 집단소송제가 없는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약 4년 후인 2019년 7월에서야 총 2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첫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79명의 소비자에게 156만 원~538만 원이 돌아갔으며 미국 배상 규모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2016년에는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업데이트 시스템을 통해 아이폰6·6S 등 일부 구형 아이폰 성능을 사용자 몰래 의도적으로 낮춘 사건이 적발됐다.

이때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을 통해 애플 측에 아이폰 한 대당 25달러(약 3만3750원), 총 3.1억 달러~5억 달러(4185억 원~675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내는 소송 제기가 흐지부지돼 소비자들이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국내는 집단소송이 없어 공동소송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소송을 제기한 원고만 손해배상이 가능한 점 ▶일정 절차에서 위임서류나 인감증명서 등 제출을 해야 하는 점 등 복잡하고 불편한 절차로 인해 재판이 중단됐다. 

지난해 초 발생한 삼성전자 갤럭시 발열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 울트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고 광고했으나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가 기기 성능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려 발열을 제어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10일 S22를 대상으로 'GOS 강제종료 우회 외부 앱 차단 해제' 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긴급 업데이트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미리 GOS 앱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은 문제를 쟁점으로 지난해 3월 미국 뉴저지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내고 진행 중이지만 승소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미국 소비자들이 애플·폭스바겐·삼성전자 등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집단소송제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일부가 소를 제기하고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배상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반면 국내에는 소비재 분야의 집단소송 제도가 없다. 2005년 금융 분야에 한정해 집단소송법이 도입됐지만 이마저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실제 금융 분야 집단소송법 도입 이후 제기된 집단 소송은 10건에 그친다.  

또 2011년과 2017년경 전국을 강타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대규모 피해자들이 발생했지만 각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피해 정도를 입증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따른다는 불만이 컸다.

소비자단체소송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제20대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사회적으로 소비재 분야 집단 피해가 주목 받으면서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이 8건 나왔으나 계류 상태에서 결국 폐기됐다. 또 제21대 국회에서는 7개의 의원발의안을 통해 집단소송의 적용범위 확대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성명을 통해 집단소송법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이 정부의 '집단소송법‧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추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집단소송법 반대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도 거셌다. 재계는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거나 '과잉 입법'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다만 미국식 집단소송법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과 같은 수준의 집단소송이 도입된다면 남소로 인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는 제 3자인 소비자단체 등 적격 단체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 도입이 요구된다. 이는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대표 당사자가 소송을 진행하는 미국의 집단 소송제와는 다른 제도다.

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는 승소 시 사업자의 위법 행위 금지 청구와 피해구제를 위한 금전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자의 행위금지만을 청구할 수 있는 현행 소비자단체소송에서 청구 범위가 확장된 데 의미가 크다. 

또 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는 소송의 결과를 보고 소송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변형된 옵트인(opt-in) 제도를 적용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소송에 필요한 복잡한 서류 절차를 축소하고 피해자들의 소송 참여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피해구제청구소송을 인용하는 판결 확정 후 피해구제청구소송 제기를 위한 '채권 소밀시효 중단', 소송 시 법원에 소송 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는 '소송허가제도 폐지' 등의 내용이 있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소송을 국내에 바로 도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단체소송을 기반으로 하면서 단체가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도록 확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소비자 단체 소송이 진행되게끔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에 소비자단체소송에서 한국스마트카드가 소비자단체를 상대로 승소하면서 소송 비용 6000만 원을 청구한 것은 협박성으로 느껴져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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