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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직접 선임하는 '독립 손해사정사'...'제식구 감싸기' 셀프 손해사정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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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직접 선임하는 '독립 손해사정사'...'제식구 감싸기' 셀프 손해사정 줄어들까?
금감원 '독립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 개선, 활성화 방침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3.02.0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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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경상남도 김해시에 사는 윤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2000만 원 짜리 자전거가 차량에 깔려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자전거 수리점은 자전거 원가가 2000만 원이고 사용년수 4년에 관리상태가 훌륭한 점을 감안해 감가상각 금액을 30%로 적용해 1400만 원이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손해보험사측은 1000만 원 미만으로 합의를 제안했고 윤 씨는 거절했다. 이후 A손보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조사를 나왔고 자전거 부품, 등급, 성능, 가격 등을 평가 절하한 보고서로 보상금액을 740만 원으로 산정했다. 윤 씨는 "사고 발생시 보험사 측이 제시한 금액을 손해사정사가 그대로 제안한 것이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며 "보험사에 구입 증빙자료를 찾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손해사정사와 논의하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례 2#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강 모(남)씨는 지난해 9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한 차량의 100% 과실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B손해보험사는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강 씨의 오토바이를 조사했고 56만 원의 합의금을 산정했다. 강 씨의 오토바이는 출고 두 달된 신차로 신차가 2330만 원에 튜닝비용까지 합산한다면 3000만 원에 달했다. 강 씨는 최소한의 수리비를 위해 1000만 원 초반대까지 합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B손보사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716만 원을 제시했다. 강 씨는 "상대방 과실로 출고 두 달된 오토바이가 망가져 수리도 어려운 상태인데 합의금마저 터무니없다"며 "합의가 되지 않자 보험사는 소송을 걸라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 원인이 '셀프 손해사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 개선이 해법이 될 지 주목된다.

보험사가 손해사정법인 자회사를 두고 위탁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의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손해사정사들이 제식구나 마찬가지인 보험사에 유리하게 보험금을 산정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손해사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신뢰가 떨어져 분쟁이 계속되다 보니 금융당국은 지속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8일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독립손사(독립손해사정) 선임제도' 활성화를 위한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에 대해 보험사의 '원칙적 선임 동의'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손해사정사이란 보험사의 고용, 위탁, 자회사 개념이 아닌 소비자가 별도로 선임하는 것이다.

앞서 2021년부터 금융당국은 독립손사 선임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고 받아들여질 경우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감독 규정을 개정했다.

현재 보험업감독규정 제 9-16조에 따라 소비자는 손해사정을 위해 별도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하며 비용 부담 주체는 조건에 따라 달리 부과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모두 동일하다.

감독규정상 비용 부담주체가 계약자가 되는 경우는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사정한 결과를 계약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추가로 선임하고자 할 때가 해당된다.

반면 보험사가 부담하는 경우는 ▶손해사정이 착수되기 전 계약자가 보험사에 손해사정사 선임의사를 통보해 동의를 얻었을 때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사가 사고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 경과해도 손해사정을 착수하지 않을 때다.

특히 계약자가 사전에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보험사 동의를 얻을 경우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 주목할만한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손해사정 상당 부분이 보험사의 자회사에 귀속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국내 4대 보험사 가운데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해 사고를 처리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자회사 설립으로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형태로 일감 몰아주기는 오해다"라며 "만약 보험사가 독립 손해사정사로만 보험금을 산정할 경우 과도한 손해사정 비용으로 선임권을 행하지 않은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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