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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까지 가세한 '은행 이자장사' 때리기...오락가락한 금융당국 잘못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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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까지 가세한 '은행 이자장사' 때리기...오락가락한 금융당국 잘못은 없나?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02.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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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서 시작된 금융당국의 은행 때리기 공세 수위가 하루하루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이 혁신없이 수익 추구에만 골몰했다며 은행권의 반성을 요구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약탈적 금융'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국회 여당 정무위원들은 "금융 기득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과 달리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돈을 쉽게 벌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가 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린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이자이익 발생의 원인을 은행에게만 찾는 것이 옳은 지는 의문이다.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도 결국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상반기 당시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대출 수요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각 은행들에게 대출 총량규제를 적용하면서 대출 억제를 주문했다. 인위적으로 대출을 줄이기 위해 각 은행들은 고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수요를 억눌렀다. 

지난해부터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우량물로 평가받는 은행채가 각광을 받자 은행채 금리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은행채 금리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돼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은행 금리 상승폭이 다소 과도한 측면은 있었지만 금리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산정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비난은 오롯이 은행들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금리인상기 금융당국은 적기 대응을 통해 금리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을 했을까? 오히려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중단 요구로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예금금리를 급격히 올렸고 연리 5%대 정기예금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경쟁이 금융사의 부실화 등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연 5% 정기예금 1년물 금리를 한 달만에 3%대로 급히 내려야 했다. 그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또 다시 금융권을 압박해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했다.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다. 

은행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당국의 스탠스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7월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취약차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에 대해 '고맙다'고 표현했지만 불과 얼마 전에는 은행들의 영업방식을 '약탈적'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배당정책에 있어서도 각 회사들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최근에는 고강도 현장검사를 예고해 금융권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금융권 전반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강조한 직후에 현장검사가 예고된 탓이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이 달 들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지속적으로 저평가에 머물고 있는 현상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비난 공세는 '관치주의'의 부활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시장경제의 원리는 까맣게 잊혀진 느낌마저 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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