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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업계 양보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다시 물거품...국회는 언제까지 의료계 눈치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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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업계 양보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다시 물거품...국회는 언제까지 의료계 눈치만 볼 건가?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3.02.27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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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의료계의 이기적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미친듯 치솟았다. 보험금 과다 지급으로 인한 손해율이 원인이라는데 정작 가입자들은 서류 발급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가입자 가운데 무려 44%가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와중에 지급된 전체 실손보험금의 절반 이상은 실손보험금 청구자 중 상위 10%가 받아 갔다. 일부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청구절차에 나가떨어진 다수의 가입자들은 손해만 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개정법안에 담겼던 청구 간소화 관련 규정이 최근 국회 심사 과정에서 또다시 좌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가 진료비를 병원에 납부하고 보험사에 후 청구하는 '상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도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 서류가 교환되지 않는 탓에 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만 한다.

이러한 불편으로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를 주축으로 '청구 전산화'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로 14년간 계류 중이다.

지난해는 의료계가 실손보험 간소화 협의체와 각종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며 기대감이 커졌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27일 열리는 법안심사1소위에서 다뤄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삭제되고 말았다.

당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두려다 의료계 반발에 밀려 금융위원회 산하의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삼도록 정부가 한 걸음 양보했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의료수가'가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사 역시 실손보험금 청구과정에 심평원을 배제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크다.

정확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는 청구 건이 더해져 손해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 편익 제고와 전산비용 절감 등 다수의 이익을 고려해 중계기관을 보험개발원으로 바꾸는 데 기꺼이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또다시 청구간소화가 좌절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그 누구도 의사를 이길 순 없다'는 절망스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75%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 방안이 특정 집단의 이기심에 언제까지 질질 끌려다녀야 하는 건지, 국회는 국민의 불편을 언제까지 외면할 건지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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