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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최 씨 일가 경영권 다툼 치열한 고려아연, 'CEO 승계 정책' 조항 삭제...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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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최 씨 일가 경영권 다툼 치열한 고려아연, 'CEO 승계 정책' 조항 삭제...배경은?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3.06.1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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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대표 최윤범·박기덕)이 명문화하고 있던 최고경영자 승계절차를 지난해 삭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한 이후 이렇다 할 분쟁 없이 장 씨 일가가 영풍 계열, 최 씨 일가가 고려아연 계열을 나눠 경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고려아연이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서 두 집안 간 지분경쟁이 촉발됐다.

(주)영풍(대표 박영민·배상윤)과 고려아연은 그룹의 양대 대표 기업으로 아연, 연 등 비철금속제련업을 영위하며 국내 아연 생산량의 90%를 담당한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주)영풍(26.11%)이지만 최 씨 일가는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지분 격차를 10%포인트 이상에서 4%포인트로 좁힌 상태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15건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중 10건을 준수했다. 전년 13건에서 크게 줄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부문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조항을 지난해에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2021년에 이사회가 사내 시스템에서 발굴한 주요 후보자 중 경영능력을 고려해 적임자를 후보로 선정하는 CEO 승계절차를 명문화하고 있었다.

고려아연 측은 “최고경영자 후보군의 선정, 육성, 관리 등의 내용이 명문화된 승계정책은 없으나 별도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역량을 보유한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승계절차 또한 시대 흐름에 맞게 개선,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 간 지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회사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CEO 승계절차를 명문화하지 않고 내부 프로세서로 기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는 5명이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

영풍그룹 오너 일가 두 집안의 지분경쟁은 지난해 8월 한화H2에너지USA가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한화의 지분 매입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동문수학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힘을 보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 3.17%를 (주)한화(7.3%)와 LG화학(0.47%) 자사주와 교환했다.

이에 따라 두 집안의 지분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에서 4%포인트대로 눈에 띄게 좁혀졌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장 씨 일가의 지분이 우세하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는 장 씨 일가가 지배하는 코리아써키트(대표 장세준)와 테라닉스(대표 정진섭), 에이치씨(대표 장형진) 등 계열사를 동원해 올 3월까지 고려아연 지분 0.99%를 매입하며 즉각 대응에 나선 상황으로 두 집안의 지분 매입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공시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보면 최창근 명예회장은 4월 3일 고려아연 주식 2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에이치씨 역시 4월 13차례에 걸쳐 2만621주를 매입했다.

현재 장 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32%이고, 최 씨 일가는 13%가량을 보유했다. 단순히 보기엔 장 씨의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커 보이지만 최 씨 일가는 한화H2에너지USA 지분 5%와 국민연금 8.9% 등을 우호지분으로 둔다. 자사주 교환으로 바꾼 지분까지 더하면 지분율은 28% 이상이 된다.

이런 구도 속에서 양 집안이 지분을 나눠들고 있는 영풍정밀이 지분 1.9%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주 부문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 4건은 모두 준수했다. 다만 이사회와 감사기구는 준수 건수가 각각 1건, 2건 감소했다.

감사기구 부문에서는 지난해 ‘내부감사부서의 설치’와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여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항목이 예년과 달리 지켜지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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