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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품 이윤우 회장 11개월간 93차례 지분 매입, 왜?...대표 물러난 뒤 매입 속도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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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품 이윤우 회장 11개월간 93차례 지분 매입, 왜?...대표 물러난 뒤 매입 속도 빨라져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3.08.3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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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품 이윤우 회장이 지난해 9월 말 부터 지금까지 11개월여 동안 93차례에 걸쳐 회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3일 CEO 자리를 아들인 이승영 대표에게 물려줬는데 그 이후 매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CEO에서 물러난 이후 5개월 동안 63차례에 걸쳐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대한약품 측이 명확한 배경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약품 이윤우(79) 회장은 지난해 9월 30일 회사지분 2000주를 장내매수 한 이후 이달 25일까지 11개월에 걸쳐 93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이 회장은 9년 만에 지분을 매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7차례에 걸쳐 지분을 샀고, 올 들어서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입에 나섰다.

2월에 6번, 3월 16번, 4월에 13번, 5월 8번, 6월 14번, 7월 16번, 8월 12번 등으로 매달 꾸준히 지분을 매입했다. 지분 매입에 나선 이후 이 회장 지분율은 20.77%에서 21.50%로 0.73%포인트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3일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지분 매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개월 간 93차례에 걸쳐 지분을 샀는데, 이중 68%가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5개월 동안에 이뤄졌다.

11개월 간 이 회장이 총 매입한 금액은 12억5179만 원인데,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매입한 주식 금액은 7억2226만 원으로 57.7% 비중을 차지한다.

이 회장의 지분 매입이 장기간 동안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도 대한약품 측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지분 매입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방어 차원이라는 분석과 오너 3세 이승영 대표의 지배력이 아직까지 공고하지 않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율을 높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약품이 지난해 말 발행주식의 2% 규모인 12만 주를 매입해 자기주식으로 만든 이력이 있어 주가방어 차원에서의 매입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약품은 주가는 2021년 3월께 4만5000원선에 도달한 이후 그해 말 3만 원까지 하락한 이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종가는 2만7600원이다.

자료 : 네이버 증권
자료 : 네이버 증권

대한약품은 이 회장이 21.50%로 최대주주다. 아들인 이 대표는 6.27%로 개인 2대주주지만 승계를 확정지을 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이인실 창업주의 차남이자 이 회장 동생인 이광우 전 감사가 3.75%, 창업주 삼남의 자녀들인 이승경‧승욱 씨가 각각 1.87%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치면 7.49%로 이 대표보다 많다.

약 4000조 원에 달하는 운영 자산을 가지고 있는 미국계 큰손 사모펀드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리서치컴퍼니엘엘씨가 8.88% 지분을 갖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승계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등의 역할로 이익을 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에서 대한약품은 성장성이 크지 않아 투자목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보는 상황이라 이 같은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린다. 대한약품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17% 안팎으로 안정적이지만 눈에 띄는 매출 상승세는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약품 주가는 2021년 코로나19 치료 관련한 풍문이 돌면서 테마주 분류돼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피델리티는 대한약품이 테마주에서 벗어나 주가가 제자리를 찾은 뒤 3개월 동안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이 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한약품은 2022년 회계연도 배당부터 최대주주와 CEO에 대한 차등배당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2020년도와 2021년도엔 주당 400원을 배당했지만 최대주주와 CEO에게는 200원만 배당했다.

2022년도에는 배당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주당 배당금도 650원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회장은 2022년도 배당으로 약 8억1000만 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서기 전까지 장내에서 지분을 이미 꾸준히 늘려왔다. 2002년 이사에 선임 된 이 대표는 2006년부터 100여 차례 이상 지분을 샀다. 지분율은 1.12%에서 6.28%로 높아진 상태다.

지분을 승계해야 할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높일 경우 추후 승계 과정에서 증여‧상속세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약품의 주가가 하락세에 있어 증여세를 적게 낼 수 있는 만큼 계산기를 두드려볼 여지가 있는 상황으로 보여 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약품이 상장사이고 매출 규모는 30대 제약사에 속하지만 회사 내부 상황이 잘 알려져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약품 오너 일가의 지분매입은 흔한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상속을 염두하고 있다면 승계를 받는 인물이 자금을 조달해 지분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약품 오너 일가들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내역이 없다.

대한약품은 1945년 설립 후 수액‧주사제를 생산하며 JW중외제약, HK이노엔과 함께 한국 3대 기초 수액제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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