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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도 우리은행 점포 10여 곳 통폐합...은행 점포 구조조정 재개 신호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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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도 우리은행 점포 10여 곳 통폐합...은행 점포 구조조정 재개 신호탄될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12.07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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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해 5월부터 은행 점포 통·폐합 절차를 강화하면서 대형 시중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우리은행(행장 조병규)이 내년 3월 점포 10여 곳을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상생금융 참여를 독려하고 특정 은행을 거론하며 점포 통·폐합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점포 통·폐합 절차가 강화되고 금융당국의 시선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릴레이 점포 통·폐합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 대부분 1km 미만 인접지역...부촌·유동인구 많은 지역 줄이는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오는 3월 초 수도권·부산지역 11개 지점에 대해 인근 지점 또는 금융센터와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이 중 아시아선수촌PB영업점과 압구정현대PB영업점은 현 위치에서 영업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통·폐합되는 곳은 9곳이다.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한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가 시행된 지난 5월 이후 5대 시중은행에서 점포 통·폐합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9월 농협은행(5곳)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우리은행 점포 통폐합은 서울 강남, 서초구 등 점포 밀집지역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지자체 기준으로는 ▲서울 서초구(3곳) ▲서울 강남구(2곳) ▲서울 송파구·중구·마포구·성동구·성남 분당구·부산 해운대구(각 1곳) 등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업지구 또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은행들이 촘촘하게 지점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곳이다. 과거 은행들이 비수도권 또는 지점당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 점포 위주로 점포를 줄여 소비자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아 대중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지점들도 많았지만 비대면화로 수요가 급감한 측면이 크다"면서 "내점 수요가 있는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 점포는 이미 은행들이 구축하고 있어 수요 감소에 따른 점포 축소가 이뤄질 만한 곳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점포 통·폐합이 예정된 9곳과 통합 영업점과의 도보상 거리는 평균 500미터 내외로 점주권이 겹친다. 특히 서울 역전지점과 서울스퀘어금융센터의 도보상 거리는 175미터에 불과하다. 

통·폐합 점포가 몰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이미 우리은행 점포가 각각 44곳, 30곳이 위치해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권이 많이 중복된 점포 위주로 통·폐합을 진행하게 되었다"면서 "해당 지역은 점포들이 이미 밀집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비롯한 상생금융이 화두가 되면서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이번 우리은행의 조치가 은행 점포 통·폐합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상 점포들이 위치한 지역이 금융소외계층 밀집 지역도 아니면서 이미 점포망이 촘촘하다는 점에서 점포 대형화 차원에서 규모가 작은 점포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당국의 눈초리를 피하면서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러나 우리은행의 이번 시도가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릴레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은행들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상생금융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금융소외계층 보호에 반하는 점포 통·폐합을 시도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달 6일 회계법인 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이후 600여 개 가량 점포가 사라졌는데 소외계층 접근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음에도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60개가 넘는 점포를 폐쇄했다"며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에 대해 작심 비판을 가한 바 있다.  

특히 각 은행들의 인사·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점포 임대차 계약 만료가 집중된 연말 연시에 점포 통·폐합이 집중됐지만 현재까지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통·폐합 예정 점포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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