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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서명안했는데도 보험계약 해지 안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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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서명안했는데도 보험계약 해지 안되는 이유는?
보험료 장기 납부하거나 보험금 수령한 경우 해지 어려워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4.01.03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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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경상남도 김해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A손해보험사 전화영업을 통해 보험상품을 가입했다. 4년이 지나고 모바일 앱에서 내용을 확인하니 가입 당시 설명과 달리 만기 환급금이 없는 상품이었다고. 김 씨는 회사 측에 자필 서명도 하지 않았고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보험료 환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가입 과정 모니터링 결과 이상은 없다'고 안내했다. 

사례 2# 전라남도 부안군에 사는 오 모(여)씨는 2020년 B생명보험사 설계사를 통해 변액종신보험을 들었다. 복리이자 방식으로 이율 좋은 적금형 상품이고 2년만 납부하면 돈을 자유자재로 꺼내쓸 수 있다고 해 가입을 결정했다고. 또 직접 서명할 필요 없이 종이에 이름을 적어 메신저로 보내면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오 씨는 추후 상품 설명이 다른 것을 인지하고 해지를 요청했지만 협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사례 3#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정 모(여)씨는 C생명보험사의 보험상품 가입 10년 후 상품 내용이 알던 것과 달라 청약서를 확인했고 자필서명란에 본인의 서명이 적혀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보험사 측에 불완전판매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보험사는 설계사 말만 듣고 자필서명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 정 씨는 자필서명은 물론이고 청약서상 내용을 가입당시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사례 4#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2018년 매장에서 근무중 D손해보험사 설계사의 방문판매로 치아보험을가입했다. 당시 매장이 바빠 휴대전화를 설계사에 맡기고 가입을 진행한 게 화근이었다. 보험료는 10만 원이 넘었고 절반 이상이 암 보장 상품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고객센터에 보장이 설명과 달라 해지하겠다고 하니 정상적인 가입 절차를 거쳐 어렵다고 안내했다. 박 씨는 자필서명이 본인이 한 게 아니라고 항의했고 A4용지에 서명을 적어 보내면 대조전문가에 의뢰하겠다던 보험사는 결국 서명이 동일하다고 결론 냈다.

보험 계약 과정에서 가입자의 서명을 대필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불완전판매'시 이를 이유로 해지하려고 해도 구제가 쉽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해피콜, 스마트폰 전자서명 등을 통해 가입자가 직접 사인했다는 점을 동의하고 계약이 성사되는 탓에 '대필서명'이라는 점을 쉽게 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들도 '자필서명'이 맞는지 해피콜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나 현장에서의 일탈 행위를 일일이 막아내기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또 대리서명으로 가입됐다 해도 보험금을 수령한 적이 있거나 가입 중 계약 내용이 중도 변경된 경우에는 유효한 계약으로 보고 철회를 막고 있다.

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보험 계약 체결 △불완전판매로 가입한 보험이고 대필서명임에도 계약 철회가 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라이나생명, KB라이프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막론하고 발생하는 문제다.

보험사들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대면, 전화를 통해 보험 가입 시 '해피콜'을 통해 '자필서명' 여부와 상품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 후 가입이 완료된다. 모바일로 청약 서류를 작성할 때도 '스마트폰 전자서명' 과정을 거친다. 이때 보험사들은 계약 체결 시 '자필서명'을 해야 하며 대필 시 보험 계약 무효, 보험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으로 금지된 대리서명이 관행처럼 반복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27일에는 삼성생명과 현대해상 소속 설계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보험계약자 등의 자필서명 미이행)’ 혐의로 과태료 부과 제재를 받았다. 

'보험상품 표준약관'상 계약자가 청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을 때는 계약이 성립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 이때 대필에 대해 계약자가 동의했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가입자가 실질적으로 보험 계약 체결 의사가 없었다면 '민법' 제130조( 무권대리) '대리권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는 법에 따라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자가 보험료를 장기간 계속 납입했거나 ▶계약 도중 계약내용 변경 등 요청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 등에는 가입 시부터 유효한 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정돼 계약 철회나 무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 가입 시 소비자는 보험계약서류에 자필서명 및 해피콜을 통해 자신이 가입하는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를 거친다"며 "그렇다 보니 보험사에 도움을 청해도 명확한 정황이 없을 경우 구제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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