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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가려운 등 긁어주며 통합, OCI 재계 순위 5계단 상승...경영권 분쟁 위험 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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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가려운 등 긁어주며 통합, OCI 재계 순위 5계단 상승...경영권 분쟁 위험 내재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4.01.15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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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가 통합을 통한 동반 상생 경영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 강화’,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양 그룹 오너 경영진들이 서로 가려운 곳을 서로 긁어주며 통합을 이룬 모습이다. 다만 합병으로 오너 일가 간 지분 구도가 복잡해져 향후 승계문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과제다.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을 통합하게 되면서 재계 순위가 38위에서 3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지난 12일 오후 5시 이사회가 시작되면서 해당 안건에 대한 소식이 그룹 내부에 전해지기 시작했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컸다고 한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수차례 만나며 통합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그룹 간 통합’ 계약 추진이 완료되면 OCI홀딩스는 7703억 원들 들여 송영숙 회장 주식을 대부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다. 확보하게 되는 지분율은 27.03%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10.37%로 OCI홀딩스 최대주주가 된다.


◆OCI그룹은 제약 포트폴리오 강화,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 등 상속세 해결

이번 통합은 양 그룹 오너 경영진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됐다.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 등 일부 오너 일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OCI그룹은 제약 포트폴리오가 더욱 탄탄해진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들은 그간 5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연부연납 해왔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51.6%가 담보로 제공돼 있다. 임 사장도 주식담보대출비율이 41%로 높다.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겸 한미약품 사장은 89.2%로 더욱 높다. 다만 임종윤 사장은 개인이 지분을 지닌 회사 디엑스앤브이엑스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상속세 재원을 조달할 루트가 다양하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133억 원을 배당했다. 송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13억 원가량. 이를 통해서는 상속세 납부가 어렵다고 판단해 통합을 진행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통합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난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송 회장과 임 사장은 지분 약 12%를 라데팡스에 매각해 상속세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자금을 대려고 했던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7월 부실논란으로 뱅크런을 겪으면서 투자를 철회하면서 오너 일가와의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상속세 납부에 대한 고민 끝에 OCI와의 통합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은 주력으로 삼고 있는 화학‧소재산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태양광 사업의 업황 싸이클도 한 몫 했다. 이 때문에 이우현 회장은 제약바이오를 OCI그룹의 미래로 보고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OCI는 지난 2022년 부광약품(대표 이우현‧유희원)을 인수하며 제약사업 강화에 나선 바 있다. 현재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 10.9%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는 상장사 지분 30% 확보해야 한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8조 이행을 위해 2025년까지 약 19%를 매입해야 한다. OCI 측은 현재 지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으로 OCI의 제약 포트폴리오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으며 신약을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 곳이라 이 회장의 관심이 더욱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순위도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공정자산 12조2860억 원으로 재계 38위인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을 품에 안으면 15조 원 규모로 외형이 커진다. 지난해 기준 재계 순위는 33위로 올라선다.

외형만 갖추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기업을 통해 OCI의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이 회장의 의중과 맞아떨어진다. 통합을 하면서 R&D 경영을 이끌어 왔던 한미 오너 일가를 배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의 결정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호중구감소증을 위한 신약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당시 롤론티스는 FDA 허가를 받은 여섯 번째 국산 신약이 됐다.

◆OCI홀딩스, 한미사이언스 모두 최대주주 바뀌어

통합으로 양 그룹 오너 경영진들의 가려운 부분이 해소됐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통합으로 향후 승계 시 지분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OCI홀딩스는 최대주주가 임주현 사장(10.4%)으로 바뀐다. 이복영 SGC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 이우현 OCI그룹 회장 등 창업주 2세 세 집안은 각각 6%가량의 지분을 지니게 된다.

두 집안이 연합하면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 돼 있는데 새롭게 등장한 최대주주는 더욱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소다.

한미약품그룹은 당장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대두됐다. 고(故)임성기 회장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이번 통합 상황에서 배제됐다며 반발에 나섰기 때문. 뒤늦게 소식을 접한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의 연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결정된 일이라 임 사장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다만 임종훈 사장과 임성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알려져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12%)과의 연합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대결을 꾀해볼 순 있다.

이럴 경우 OCI홀딩스와 지분율이 비슷해진다. 지분 약 7%를 지닌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드를 쥘 것으로 보인다.

OCI 관계자는 “일부 오너 일가들의 변수를 고려해도 문제없는 수준이라 판단해 이번 통합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이사회에 속해있지 않다”며 “(대주주로서 의견을 표명한 임종윤 사장에게)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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