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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91세 할머니에 딸처럼 말 걸어주는 농협은행...17년차 '말벗 서비스'로 독거노인 밀착케어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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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91세 할머니에 딸처럼 말 걸어주는 농협은행...17년차 '말벗 서비스'로 독거노인 밀착케어 실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4.02.2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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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은 소비자를 소중히 하는 경영,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는 노력이 소비자 중심 경영의 초석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상담사 정 모(여)씨는 오늘도 말벗 서비스 담당인 고 모(91세) 할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으로 오후 업무를 마무리한다.  

최근 비슷한 연령대 동네 주민 중 한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적적했던 고 할머니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꼬박꼬박 안부전화를 해주는 정 씨가 고마운 존재다. 평소에도 정 씨가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가짜딸이 전화했네'라고 반갑게 맞이하며 친딸처럼 챙겨준다는 고 할머니. 

정 씨는 비록 '가짜딸'이지만 '친딸'처럼 이 날도 고 할머니가 아픈 곳은 없으신지, 식사는 하셨는지, 약은 드셨는지 꼼꼼하게 상태를 살핀다. 마을 회관에서 그림 그리기와 운동을 하는 고 할머니가 최근 회관에 사람이 없다며 잘 안간다고 하시자 유독 마음에 걸린다고. 

통화 말미에 고 할머니는 "매주 목소리를 들으니까 기쁘고 이렇게 꼬박꼬박 연락해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하자 정 씨는 "할머니 오늘도 통화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주에 우리 또 연락해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통화를 마친다.

정 씨는 "할머니께서 얼굴보고 싶으니 놀러오라고 하시고 퇴근할 때는 어떻게 집에 가는지 소소한 이야기로 챙겨주신다"면서 "최근에는 유일하게 계신 동서 한 분이 다치셨는데 할머니 본인께서 무릎이 아파 병문안을 못갔다고 속상하다고 하셔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고객행복센터 소속 한 상담사가 담당 말벗 어르신과 안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평소에는 주 1~2회, 특수한 상황에서는 주 3회 정도 말벗 어르신에게 안부 연락을 하고 있다.
▲ 고객행복센터 소속 한 상담사가 담당 말벗 어르신과 안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평소에는 주 1~2회, 특수한 상황에서는 주 3회 정도 말벗 어르신에게 안부 연락을 하고 있다.

농협은행(행장 이석용)이 지난 2008년부터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말벗 서비스'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인 독거노인 밀착 케어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다. 

사회복지와 거리가 먼 금융회사의 사회공헌사업이라고 하기에는 긴 시간(17년) 한결같이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말벗 서비스를 농협의 근간인 '농업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 대상 대표적인 콘텐츠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에서 만난 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장은 "말벗 서비스는 은행 영업과 전혀 관련이 없고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 중에 당행 고객 비중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말벗 서비스는 은행 본업과 완전히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벗 서비스는 고객행복센터 소속 상담사들이 주 1~2회 정기적인 안부전화를 걸어 해당 노인의 건강과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상담사 549명이 말벗 어르신 647명을 담당하고 있어 상담사와 말벗 어르신이 사실상 1대1로 매칭돼 케어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수해나 무더위 등 특이한 기후 변화가 있거나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등 위급 상황시에는 안부 전화를 최대 주 3회까지 늘리고 있다. 대화 주제는 주로 일상 대화이지만 보이스피싱 예방이나 여름/겨울나기 등 각종 정보 제공 역할도 하고 있다. 

안부전화 뿐만 아니라 매년 2~3회 말벗 어르신을 방문해 장기간 인연을 맺고 있는 상담사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기도 한다. 현장 방문을 통해 청소와 선물 꾸러미를 전달하며 유대감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는 말벗 어르신들에게 명절 때마다 사랑나눔 행사 차원으로 농산물 꾸러미를 배송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도 늘리고 있다.
▲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는 말벗 어르신들에게 명절 때마다 사랑나눔 행사 차원으로 농산물 꾸러미를 배송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도 늘리고 있다.

대상자는 만 70세 이상 독거 노인인데 전국 농협은행 또는 지역 농·축협, 농협박물관을 통해 받고 있고 보건복지부 산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선정한 독거 어르신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만 고령층 특성상 직접 신청하기보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선정된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령의 독거 노인 특성상 동거 가족이 없다보니 건강관리나 금융사고 등 각종 변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주기적으로 말벗 상담사와 연락하면서 선제적 보호가 가능한 순기능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 고령층 특화점포나 고령자 전용 금융상품 등 금융서비스 접점 확대를 위한 노령층 특화 서비스는 선보이고 있지만 본업과 무관한 사회공헌 서비스로는 농협은행이 최초로 시작했다. 

대부분 고령 노인이다보니 말벗 서비스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일상 이야기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인생 자체가 우리나라 현대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는 것이 현직자들의 소감이다. 실제로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추천 받은 대상자는 한국전 참전 고령 독거유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과거 6·25전쟁 참전 용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갖고 계시다보니 말씀을 듣다보면 우리나라 현대사를 고스란히 지나가게 된다”면서 “나중에 후기를 모아 역사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한 때 800여 명 이상 말벗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이후 고령으로 인한 사망 등 자연감소가 되면서 현재는 수혜 인원이 649명으로 소폭 줄어든 상황. 그러나 농협은행은 고령자 접점이 많은 은행 특성을 고려해 말벗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시켜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농협은행은 말벗 서비스가 상담사의 자발적 의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담사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조치들도 마련하고 있다. 

은행 차원에서도 말벗 서비스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상담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시상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말벗 서비스 후기 공모전 등을 통해 상담사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우수 사례를 기록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장윤정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팀장은 “안부 전화가 아닌 보이스피싱 예방 사례를 총망라해서 소개해주는 등 어르신들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영역이 대화의 주제가 된다”면서 “단순한 안부가 아닌 정말 어르신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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