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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방에서 염색 물들어 피해 봐도 보상 막막...업체 "심의결과 문제 없다" 버티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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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방에서 염색 물들어 피해 봐도 보상 막막...업체 "심의결과 문제 없다" 버티기 일쑤
심의 '정상' 판정 일쑤...소비자 관리 탓하기도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3.0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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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부산 사상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올 1월 데상트 매장에서 붉은색 패딩을 50만 원에 구매했다. 패딩과 함께 스카프를 착용했는데 붉은색으로 물들어 손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스카프를 손빨래 해봐도 패딩에서 묻은 붉은 염색물이 나왔다. 구매한 매장을 통해 본사에 심의를 맡겼다. 하지만 한 달이 훌쩍 넘어 2월이 되도록 연락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씨는 “패딩에서 이렇게 물이 빠진 건 처음이다. 환불과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빨강 패딩에 이염된 스카프를 손빨래하자 붉은 염료가 빠져나오고 있다
▲빨강 패딩에 이염된 스카프를 손빨래하자 붉은 염료가 빠져나오고 있다

#사례2=서울 강북구에 사는 임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미스치프 매장에서 검은색 백팩을 20만 원에 샀다. 가방을 메고 다닌 뒤 고가의 흰 패딩 등 부분이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니트에도 일부 이염이 발생했다. 미스치프 고객센터에 문의한 뒤 제품을 본사에 보냈다. 며칠 뒤 업체는 내부 테스트 결과 “원단에 이염 불량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교환해주겠다”고 말했다. 임 씨는 패딩이 물든 것에 대해서도 배상해달라고 따졌지만 업체는 “테스트 결과 제품 결함으로 보기 어려워 배상은 안 된다”고 답했다. 임 씨는 “물티슈로 닦으면 검은색이 물드는데 제품 결함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스치프 측은 "제품이 생산된 중국서 이염 테스트를 유료로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었고 내부에서 직접 물티슈로 닦아 봐도 이염 현상은 없었다. 이 같은 이염 사례는 전체 수량 중 단 2건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럼에도 고객의 불편을 헤아려 환불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검은색 백팩 때문에 하얀색 패딩이 얼룩덜룩 물들었다
▲검은색 백팩 때문에 하얀색 패딩이 얼룩덜룩 물들었다

#사례3= 경기 김포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랄프로렌 공식몰에서 아기의 상하복 세트를 30만 원에 구매했다. 그 중 빨강 바지와 함께 입었던 내의에 붉은색 이염이 나타났다. 이 씨는 고객센터에 증거 사진과 함께 환불을 요청했다. 상담사는 “교환이나 환불은 외부 기관 심의 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결국 심의 후 하자로 판정돼 환불을 받았지만 심의 요청서를 달라고 하니 거절했다고. 이 씨는 “아이가 입는 옷이라 더욱 민감한데 이렇게 이염이 심각한 걸 판매하다니 제품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빨강바지 속에 입은 내의가 붉은색으로 이염됐다
▲빨강바지 속에 입은 내의가 붉은색으로 이염됐다

의류, 가방, 신발 등에서 발생하는 이염 문제가 빈번하지만 보상이 잘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제조사들은 출시 전 테스트를 마쳤다며 이염을 소비자의 과실로 돌리고 환불이나 피해보상을 거부하기 일쑤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해 들어 두 달간 이염 관련 소비자 불만이 30여 건 제기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이염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주요 항목은 ▷의류(75%) ▷신발(15%) ▷가방(10%) 순이다. 특히 의류는 '패딩'이 단일품목으로는 2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니트, 블라우스 등에서도 발생했다. 주로 검정, 빨강, 초록 등 원색계열에서 빈번했다. 의류의 경우는 같이 착용한 겉옷, 내의나 맨 피부에 염료가 묻어나 2차 피해를 유발했다.

피해 내용을 살펴 보면 소비자들은 이염이 발생한 후 업체에서 △소비자 이용 과실로 빚어진 일로 치부하거나 △심의를 맡겨도 수 주의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에 피로를 호소했다. 의류 같은 계절에 따라 입다 보니 늘어지는 심의 기간 탓에 제철을 넘기기 일쑤기 때문이다. 또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제조사들은 제품 출시 전 이염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정상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다. 보관상, 활동 중 묻은 이물질 등이 이염의 원인이라며 되레 소비자를 탓하기도 한다. 

이염이 발생하고 교환, 환불로 갈등을 빚을 경우 제조사나 판매처를 통해 심의기관에 하자 판단을 맡겨야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의복류의 원단불량(제직불량, 탈색, 변색 등)시 무상수리나, 교환, 환급 순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제품 하자로 인한 이염으로 다른 의류 훼손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이 가능하다. 다만 세탁을 해서 오염제거가 가능한 경우라면 제거 비용을 요구할 수 있고 제거가 불가능하다면 보상을 요구하면 된다.

랄프로렌 측은 “만일 소비자가 이염 등 문제제기 시 제3기관에 심의를 의뢰하나 이번 사례의 경우 의뢰 전 기모 과다 탈락으로 불량 판정된 사례가 있어 이를 참고해 환불해줘 별도 심의 요청서가 없다”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내부 품질 관리와 국내의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더 측은 "상품의 수선 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이염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 다만 불편을 느낀 소비자에게는 본사에서 추가 연락을 취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치프 측은 "이염 가능성이 있는 제품의 경우 판매 시 제품 유의 사항에 고지해 충분히 안내하고 있으며 출시 전에도 관련 테스트를 진행한다. 심의 후 업체 과실일 경우 교환 및 환불을 도와주고 있으며 배상은 내부 판단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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