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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②] 인증 '정품'이라 해놓고 가품 뒷통수...가품 거래 압도적 1위는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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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②] 인증 '정품'이라 해놓고 가품 뒷통수...가품 거래 압도적 1위는 인스타
네이버카페, 블로그 등 SNS 플랫폼서 속출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3.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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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518조 원에 달한다. 7년 뒤인 2030년엔 813조 원으로 57%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펜데믹 보복 소비로 불붙은 명품 성장세는 MZ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키워가고 있다. 소비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구매처도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명품 시장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가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픈마켓 등 업체들은 가품 보상제를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은 미미하다. 가품 유통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소비자들이 오픈마켓, SNS 채널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게 일상이 되면서 이를 노린 가품 판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받아본 뒤에야 허접한 품질에 가품임을 알게 되거나 수선, 수리를 받고자 공식 서비스센터에 맡기면서 정품이 아니란 사실이 드러나 뒤통수 맞기도한다.

오픈마켓처럼 입점 시 세부적 장치 등이 없는 SNS 플랫폼의 경우는 더하다. 오로지 판매자의 정직에 기댈 수밖에 없다 보니 가품 천국이다.  중국 직구 플랫폼 역시 아주 저렴한 가격의 가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 전자기기는 AS 맡겼다가 가품 확인...신발, 가방 등은 배송 직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전자기기는 주로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가품이 주를 이뤘고 고장 나 수리하는 과정에서 정품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간혹 구매 직후 잡음이 들리거나 핸드폰과 연결이 안돼 가품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 충북 청주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3월 인스타그램에서 정품 '에어팟 프로'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했다. 배송 받아 '정품 테스트'를 해봤더니 '가품' 진단이 나왔다. 박 씨는 판매자에게 환불 요청을 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도 없는 상황이다. 박 씨는 "1대 1 문의를 해봤으나 답이 없다. 돈이 너무 아깝고 답답하다"고 어이없어 했다.

서울시에 사는 윤 모(여)씨는 11번가에서 산 에어팟에서 최근 문제가 발견돼 수리센터에 맡겼다가 가품임을 알게 됐다. 윤 씨는 11번가 측에 물건을 보냈으나 자체적으로 '위조품' 감정이 늦어진다며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윤 씨는 "누구나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검열이 필요하고, 이런 경우 발빠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1년 쿠팡에서 약 45만 원에 산 다이슨 에어랩이 고장 나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가 가품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쿠팡 측에 가품 판매 보상에 대해 문의했으나 현재 이 씨가 탈퇴한 상태라 확인이 어렵다며 여러 서류를 요구했다. 이 씨는 "서류를 제출했으나 명확하게 확인이 안 돼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쿠팡에서 산 다이슨 에어랩이 가품으로 판정 났다
▲쿠팡에서 산 다이슨 에어랩이 가품으로 판정 났다

이와 달리 신발이나 화장품, 의류 등은 주로 배송 받은 직후에 허잡한 상태를 보고 가품이 아님을 아는 식이다. 화장품 중에서는 파운데이션, 향수 등이 많았는데 색이 다르거나 미묘한 향 차이가 났다. 

#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쇼핑의 한 입점업체에서 명품 브랜드인 고야드 가방을 샀다. 받고 보니 상태가 불량해 보여 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가품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김 씨는 "네이버쇼핑 고객센터에 이의제기했고 환불은 받았다"면서도 "환불만 해주면 처벌도 없이 다시 판매를 해도 된다더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네이버쇼핑에서 산 명품가방이 사설감정원서 가품으로 판정됐다
▲네이버쇼핑에서 산 명품가방이 사설감정원서 가품으로 판정됐다

# 서울에 사는 김 모(여)씨는 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에게서 산 바이레도 향수가 가품임을 뒤늦게 알게 돼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존에 같은 향수를 사용했으나 위메프에서 새로 산 향수는 알코올 냄새만 났다고. 판매자에게 문의해봤지만 "운송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알코올 냄새가 계속 됐고 향수가 나오지 않아 분해해보니 가품이었다고. 김 씨는 "가품은 뚜껑 안쪽에 작은 구멍이 있고 노즐에 고무링이 없다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게 꼭 그렇다"며 "판매자가 환불해 준다고는 했으나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또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위메프에 산 향수가 가품이라는 게 밝혀졌다
▲위메프에 산 향수가 가품이라는 게 밝혀졌다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네이버쇼핑 입점업체에서 구찌 가방을 샀다. 당시 100% 정품이란 문구와 백화점 AS도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어 믿고 구매했다. 하지만 구매후 얼마 안돼 판매업체가 운영을 중단한 게 의심스러워 명품감정원에 감정을 받은 결과 가품이라고 나왔다. 이 씨는 "믿고 샀는데 가품이라니 정말 속상하다. 어디서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네이버쇼핑에서 산 구찌 가방이 가품으로 판정됐다
▲네이버쇼핑에서 산 구찌 가방이 가품으로 판정됐다

# 충주에 사는 김 모(여)씨는 인터파크에서 메종 마르지엘라의 100만 원대 가방을 구매했다. 판매 페이지에 '정품'이라고 돼 있어 믿고 샀으나 배송 받은 제품은 로고나 박음질 등이 허접했다. 아무리 봐도 정품과는 차이가 있어 사설 감정원에 맡겼고 '가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온라인몰에 가품이 많다고 해도 내가 이런 일을 겪을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고발센터에 지난해 1월에서 9월까지 온라인몰에서 가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불만은 총 324건에 달했다. 전자기기가 25.3%로 가장 많았다. 명품 가방도 22.1%에 달했다.  이어 화장품(16.8%)과 신발(15.8%), 의류(12.6%) 순이었다.  그 외에 골프채 등 골프 관련 용품이 4.2%,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 1.1%, 냄비 같은 주방용품 등 기타 2.1% 등으로 나타났다.

◆ 온라인 플랫폼 가품 적발 증가...인스타 등 SNS서 속출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된 제품이 가품으로 적발되는 건수가 매년 10만 건을 웃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요 온라인 플랫폼 15개사에서의 가품 적발 건수는 45만352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픈마켓보다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카페, 블로그 등 SNS 플랫폼에서 소규모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의 적발 사례가 많다.

15개사 중 인스타그램에서 적발된 가품이 22만8740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네이버카페가 9만4398건, 네이버 블로그 9만1774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번개장터와 카카오스토리도 각각 4만5037건, 2만607건을 기록했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G마켓,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은 몇 백건에서 2000여 건 이하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 오픈마켓들은 가품 방지를 위해 내부에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음에도 매년 적발 건수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품목도 다양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온라인 플랫폼에서 적발된 가품 중 신발이 10만6824점으로 전체의 2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자제품과 의류가 각각 8만3284점(20.1%), 7만9740점(19.2%)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가방 5만4456점(13.1%) ▲장신구 1만1724점(2.8%) ▲시계 2589점(0.6%) 순이었다. 
 


◆ 가성비 내세운 중국발 플랫폼 가품 이슈 심화...명품 브랜드 짝퉁 판쳐

가성비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국내 공략에 나서고 있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품 이슈는 더 심각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식재산권 침해로 적발된 가품 수입품 규모가 2조902억 원(시가기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산이 1조7658억 원(84.5%)으로 일본 284억 원(1.4%), 홍콩 136억 원(0.7%) 등과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가방이 763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계(5784억 원), 의류직물(2029억 원) 등 패션 관련 품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브랜드별로는 루이비통이 2464억 원으로 가장 가품이 많았고 이어 롤렉스(2137억 원), 샤넬(1135억 원)도 규모가 1000억 원을 웃돌았다. 

▲ 알리에서 100만 원의 명품 브랜드 끌로에 가방이 1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100만 원 상당의 끌로에 명품백이 알리에서는 1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사는 한 소비자는 지난해 8월 알리에서 3만 원의 시계를 구매하고 2개월 뒤 세관에서 ‘보류 처리’ 됐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알리와 판매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세관에 연락해 해결하라는 말뿐이었다. 세관 측은 “가품으로 적발돼 수령이 힘들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알리 측에 ‘항소’ 신청을 통해 환불에 대해 재문의했지만 “판매자와 해결하라”는 답변으로 이의제기를 종료시켰고. 판매자는 휴가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사기 업체도 아니고 상품이 오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대응이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 모(여)씨도 지난해 12월 알리에서 3만 원의 토트백을 구매했다. 가품인 줄 모르고 구매했는데 특송업체에서 ‘이미테이션 및 짝퉁으로 판정돼 통관이 불가하니 알리에 문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알리는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데다 판매자는 환불을 거부했다. 김 씨는 ”떡하니 가품 판매해놓고 나몰라라하면 어떡하느냐. 환불은 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알리의 경우 의류 디자인은 동일한데 옵션처럼 로고만 바꿔 대놓고 가품을 판매하는 노골적인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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