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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설치하다 벽지 확 찢었는데....배상 규정 없어 분쟁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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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설치하다 벽지 확 찢었는데....배상 규정 없어 분쟁 속출
과실 입증 어려워...배송시 현장 지키고 증거 남겨야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4.04.0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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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충남 홍성에 사는 김 모(남)씨는 유명 가구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가구 브랜드에서 침대 두 개를 구입했다. 배송 당시 집을 비운 김 씨가 기사에게 설치해 주고 갈 것을 요청한 게 실수였다. 다음날 집에 와 보니 침대 주변에 벽지가 길게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김 씨는 "온라인 플랫폼과 배송기사에게 변상을 요구했으나 증거가 없으니 나 몰라라 하더라"고 분노했다.
▲침대 설치 후 전에 없던 벽지 파손이 발견됐다
▲침대 설치 후 전에 없던 벽지 파손이 발견됐다

#사례2. 부산 사상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가구 매장에서 산 소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중문과 벽지가 손상되는 피해를 겪었다. 배송기사가 현관문으로 소파를 운반하면서 중문을 억지로 열어 문 레일이 고장 났고 설치 후에는 벽지가 훼손된 흔적을 발견했다. 김 씨는 매장과 제조사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과실이 없다고 발뺌하더니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결국 5:5 보상안을 제시했다. 김 씨는 “배송기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는데 업체에서는 과실이 없다며 고객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3. 인천 중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중소 가구업체에 주문한 서랍장을 배송기사가 설치하고 간 뒤 장판 두 군데에 이전에 없던 찍힌 흔적을 발견했다. 김 씨는 가구업체에 항의했으나 배송기사는 “이불 깔고 운반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며 증거를 내놓으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구업체도 "배송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맡긴 거라 배송부터 설치 중에 생긴 문제는 배송업체 책임"이라고 등을 돌렸다.

침대, 소파, 서랍장 등 가구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집 안 바닥이나 벽지 등이 훼손되는 사례가 잦지만 배상 규정이 없어 갈등이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가구 배송 시 현장을 지켜야 하고 사전에 설치 장소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전후 사진을 남기는 등 증거를 확보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규모가 있는 주요 가구업체들은 본사에서 주도적으로 보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로 중소 가구업체나 가구전문 온라인 플랫폼 주문건에서 이같은 상황이 잦아 소비자들이 보상 받기 쉽지 않다. 

중소 가구업체들은 배송업체에 위탁하거나 배송기사와 단건으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고 온라인 플랫폼도 입점업체에 책임소재를 떠넘기기 일쑤인 탓이다.

업체의 과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소비자가 집을 비우고 가구업체에서 홀로 설치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뒤늦게 벽지 훼손, 장판 찍힘 등을 발견해도 설치 중 과실이라는 입증을 하기 쉽지 않다. 가구 특성상 한 번 설치하면 옮길 일이 거의 없어 설치 시 손상된 부분이 가려져 있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대다수 중소 가구업체는 이용약관에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당사자 간의 해결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삽입하거나 명확한 대응 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설치 중 가구가 파손된 경우에 대한 보상 규정은 있으나 설치하며 집 안 내 다른 부분이 손상시킨 데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배송 과정에서 제품 훼손이 발생하는 경우 반품 및 환급 보상 규정을 두는 경우는 많지만 장소를 훼손하는 데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다”며 “보통 소비자와 설치 기사가 함께 자리해 진행하다 보니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샘이나 현대리바트 등 규모가 있는 가구업체에서도 배송 과정에서의 장소 훼손 문제에 대해 책임 규정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한샘 측은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판매자가 보상해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며 “한샘은 배송일을 소비자가 직접 설정하고 시공 장소를 미리 확보해 줄 것을 고지하는 등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배송자와 판매처 간 계약에 따라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구매처를 통해서 보상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배송 즉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확인이 돼야 한다”며 “즉시 확인되지 않은 경우 중재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이러한 분쟁에선 소비자가 배송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전후 사진과 같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설치 현장에서 같이 확인하는 등 소비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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