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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 대표가 주식 채팅방에 등장?…증권사 사칭한 리딩방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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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 대표가 주식 채팅방에 등장?…증권사 사칭한 리딩방 기승
삼성증권, KB증권 등 임직원 사칭 사기에 몸살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4.10.0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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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울진군에 사는 원 모(여)씨는 지난 6월 한 주식 관련 채팅방에 접속한 후 주식투자 앱을 다운받게 됐다. A증권의 AI 4.0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주식을 저가에 매수한 후 그날 상한가에 매도해 얻은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것. 이들은 자신을 A증권 센터장, 임직원 등으로 소개하며 채팅방 회원들에게 주식 앱을 설치하게 했다. 채팅방에는 A증권 임직원을 자처하는 이들이 회원들의 고수익을 인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채팅방에서 공모주 신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운영진이 미리 매수했다며 3일 안에 매수금 5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 씨는 “당시 돈이 없어 공모주 신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AI로 자신들이 5000만 원어치를 사 놓고 그 돈을 요구하더라”며 “이를 거절하니 손해사항에 대해 연대책임을 묻겠다며 협박했다”고 황당해했다.

문제는 이 채팅방이 처음부터 A증권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증권사 측은 "어떠한 형태로도 비공개 채널을 이용한 개별 투자자문을 하지 않는다"며 "최근 증권사 사칭 범죄에 대해 내부적으로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고 관련 주의사항을 홈페이지, 문자 등을 통해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유명 증권사를 사칭하거나 그 회사의 관계자를 사칭해 리딩방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순 직원뿐만 아니라 전임 대표, 현직 임직원 등을 사칭해 고수익을 주겠다며 홍보하고 투자금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iM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임직원 사칭 사기에 대해 고객들에게 주의하라는 안내글을 게시했다.

이는 최근 SNS에서 국내 증권사를 사칭하면서 신규 종목 추천, 비밀 프로젝트 추진 등을 미끼로 가짜 투자 앱 설치, 가짜 증권사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하고 공모주 청약 할인 발행, 비상장 주식 매수 등을 빙자해 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업무제휴사, 소속 그룹 계열사 등을 사칭해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금융사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유진투자증권]
▲증권사 업무제휴사, 소속 그룹 계열사 등을 사칭해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금융사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유진투자증권]

이들은 자신들을 증권사 임직원으로 사칭하고 투자자들의 자금을 편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들을 증권사 마케팅팀 직원이나 회장 비서 등으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리딩에 따라 매매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뒤 가짜 주식 앱으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수법이다.

이러한 사기 방식의 경우 실제 증권사 임직원과는 관계가 없고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일반인 사진을 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지난 8월경에는 B투자증권 대표 '박 모 씨'를 사칭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사례가 있었다. 실제 B투자증권 대표는 '한 모 씨'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실제 증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을 사칭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나 증권업계 계열사 직원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증권사 관계자임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리딩방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경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사칭 사기에서는 해당 증권사의 전 대표이사와 비서를 사칭한 이들이 리딩방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프로젝트 참여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은 뒤 잠적했다.
 

▲실제 증권업계 관계자를 사칭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증권업계 관계자를 사칭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증권사 임직원이 SNS나 문자메시지로 종목을 추천하거나 투자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일은 없다"며 "SNS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증권사 대표번호로 전화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날로 빈번해지는 증권사 직원 사칭 피해에 대해 증권업계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기 피해 주의사항과 예방책을 알리는 한편 SNS 채널을 통해서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털 카페 등을 통해 증권사 임직원을 사칭하는 불법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바로 신고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며 "또한 홈페이지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로 불법 리딩방 사기에 대한 유의사항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사칭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해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가짜 앱, 가짜 투자 프로젝트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소비자 경보와 금융사기 예방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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