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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사태 폭탄 민원 쏙 빼버린 은행들...'내 맘대로' 공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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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사태 폭탄 민원 쏙 빼버린 은행들...'내 맘대로' 공시 눈총
일관성 없는 편의주의 결정으로 왜곡 가능성 우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4.11.05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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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가 매 분기 공시하는 '은행별 민원건수'가 지나치게 회원사 편의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홍콩H지수 ELS(ELT) 사태' 관련 민원을 각 은행들이 현재까지 민원건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민원은 민원건수에서 제외한다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조항을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민원 공시의 왜곡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은행 편의주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홍콩 ELS 문제 터졌는데 민원은 오히려 감소? 살펴보니...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 민원건수는 전 분기 대비 33건(10%) 감소한 296건을 기록했다. 올 들어 분기별 은행 민원건수는 지속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홍콩ELS 관련 민원은 모두 제외된 수치다. 홍콩ELS 주요 판매 은행인 KB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5개 은행은 올해 1분기부터 홍콩ELS 관련 민원을 제외하고 있다. 대신 공시 주석에 별도로 표기해 안내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ELS 민원이 접수되었고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의해 민원공시건수를 산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금융회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현재 자율조정중이어서 당행은 금융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민원으로 분류해 공시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각 은행들은 홍콩 ELS 관련 민원을 공시에서 제외하는 대신 주석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있다.
▲ 각 은행들은 홍콩 ELS 관련 민원을 공시에서 제외하는 대신 주석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있다.

각 은행들이 주장하는대로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는 '금융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민원 및 대리인 입증이 불명확한 자가 제기한 민원'은 공시건수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홍콩ELS 문제는 현재 분쟁조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일부 소비자의 경우 홍콩H지수 반등으로 인해 손실구간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는 등 제기된 민원이 모두 금융회사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은행들이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홍콩 ELS 관련 분쟁조정은 지난 3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렸고 권고안을 준용한 각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실시하면서 현재 손실상환계좌 약 17만 건 중 80% 이상이 자율배상에 동의한 상태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분쟁조정안도 이미 제시됐고 상당수 민원이 이미 종결된 상태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각 은행들은 홍콩 ELS 문제가 아직 법적 판단을 완전히 받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민원건수를 제외하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는 민사소송 등 사법적 판단을 받은 수 년 뒤에나 정정공시를 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홍콩 ELS 민원을 제외하면 특정 민원을 법적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원 공시에서 제외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은행들과 은행연합회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은행권에서는 홍콩 ELS 민원이 많은 특정 은행이 타행과 민원건수 격차가 너무 커 관련 민원을 공시에서 제외하자는 목소리를 크게 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올해 상반기 금감원 은행 유형별 민원분석표. 홍콩 ELS 민원이 다량 반영되면서 펀드 관련 민원이 폭증했다.
▲ 올해 상반기 금감원 은행 유형별 민원분석표. 홍콩 ELS 민원이 다량 반영되면서 펀드 관련 민원이 폭증했다.

금융당국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각 협회가 자율공시를 하는 것으로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이 공시하는 민원 통계에서는 은행연합회와 달리 홍콩 ELS 민원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홍콩 ELS 손실 피해가 일부 발생했던 대형 증권사들도 은행과 달리 관련 민원을 협회 공시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은행 펀드 관련 민원은 39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53배나 늘었다. 

공시를 관리하는 은행연합회 측은 공시 게시는 각 은행들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스스로 홍콩 ELS 민원에 대한 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결정할 때 개별 은행들이 공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자율배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감원 검사결과 및 고객과의 분쟁·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향후 민원공시 요건이 해당된다면 은행들이 판단해 해당시기에 공시할 예정"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개별공시에 따른 소비자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사원은행과 지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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