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경남 양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022년 구매한 현대자동차 투싼 하이브리드에 사설업체를 통해 블랙박스를 장착한 탓에 배터리 방전 보증수리를 받지 못했다. 차를 산 첫해부터 시작해 겨울철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데 서비스센터에서는 "블랙박스가 상시 켜져 있어 배터리 무상수리 대상이 아니다"라더니 문제가 잇따르자 이번에는 "사제 블랙박스를 달면 배터리는 무상 AS가 불가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억울해 했다. 이 씨는 "블랙박스 전원을 꺼놓기도 했으나 방전은 계속됐다"며 "업체선 배터리 불량이나 다른 부품의 대기 전류 등에 의한 배터리 방전 여지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사례 #2 경기도 성남에 사는 홍 모(남)씨는 BMW 미니를 2020년 구매한 뒤 1년 도 안돼 배터리가 잇따라 방전되는 문제로 현재까지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서비스센터에 입고했지만 매번 '문제 없음'으로 판정됐다. AS 담당자는 "배터리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원인 모를 배터리 방전은 계속됐다. 홍 씨는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 받은 적도 있지만 보증기간이 지나서도 반복되면 계속 수리비가 나가야 해 걱정된다. 나만의 사례는 아닌 것 같아 결함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례 #3 경기도 가평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2023년 KG모빌리티 토레스를 운행한지 3개월 만에 첫 방전을 겪었다. 그 후 약 2년간 방전만 10여 차례 발생했고 이 문제로 서비스센터도 수차례 방문해야 했다. 이 씨는 "잦은 방전으로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때마다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필수 무상보증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량의 반복적인 배터리 방전을 두고 차량 결함을 의심하는 소비자들과 블랙박스, 운전 습관 등을 이유로 맞서는 업체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방전 원인을 차량 내 부가적으로 설치한 전자기기, 운전 습관 등으로 판단한다. 특히 고장 원인으로 블랙박스를 지목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전문가들도 배터리 방전 원인이 배터리 불량 외에 운전 습관, 블랙박스 등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배터리는 저온에서 성능이 감소하는 특성 때문에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배터리 방전 관련 소비자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기아·한국GM·KGM·르노코리아, BMW·벤츠·볼보·토요타·아우디 등 국산차와 수입차 할 것 없이 소비자와 다투는 문제 중 하나다.
운전자들은 서비스센터를 찾아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대부분 배터리 방전의 원인으로 블랙박스가 지목돼 전원을 꺼 두거나 제품을 교체했지만 방전 문제가 계속됐다는 토로다.
◆ 배터리 방전, 블랙박스가 원인이면 보증수리 못 받아
배터리 자체는 무상보증품목에 해당하며 1년/2만km의 보증기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방전 원인이 블랙박스 등 부가적으로 장착한 장비 문제로 판단되면 보증수리를 받을 수 없다. 사제로 장착한 블랙박스만 해당하며 제조사에서 출고 시 제공하는 순정 블랙박스는 예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블랙박스 전원을 꺼둬도 문제가 계속된다며 맞서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상 소비자가 배터리 등 무상 교환을 요구하려면 기계적 결함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복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통적으로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운행 기간이 지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제조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배터리뿐만 아니라 차량 배선, 블랙박스 등 여러 문제가 방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배터리 방전의 요인을 차량 결함으로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봤다.
특히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는 배터리 성능이 평소보다 50% 저하돼 방전이 빨리 발생한다. 헤드라이트·히터·열선시트 등의 잦은 사용으로 전력 소모가 큰데가 블랙박스까지 상시 사용하는 차량이라면 배터리 방전은 더욱 잦아진다.
한 자동차 관리 전문가는 "겨울철에는 블랙박스 ‘저전압 차단 설정’ 기능을 사용해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블랙박스 전원을 꺼두는 것도 방법이며 반드시 켜둬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일 10분 이상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줘 배터리가 충전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