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상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뜯은 경우에는 주문 철회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버젓이 있는데도 일부 제조사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4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환불 정책을 조사한 결과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는 박스와 씰 스티커 등 포장 훼손 시 환불 및 교환을 제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CJ올리브영·애경산업·클리오·더샘은 내용물 확인을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샤(에이블씨엔씨)는 ‘포장 훼손시’라고만 기재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청약철회 등)에 따르면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청약철회 불가 조건에서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부 화장품 제조·판매사들은 교환 및 환불 규정에 비닐포장 및 스티커 제거 시 반품이나 교환이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는 스티커 제거 등 포장 훼손 및 개봉 시 환불 및 교환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사 온라인몰 교환·환불 규정에 ‘비닐포장 손상, 스티커 제거시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토니모리도 ‘박스, 스티커 제거 시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하다’고 안내한다.
양 사에 해당 규정 시행 이유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CJ올리브영, 애경산업, 클리오, 더샘 등은 박스를 개봉하거나 스티커를 제거하더라도 내용물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교환·환불이 가능했다.
LG생활건강은 자사 공식 온라인몰과 운영 브랜드인 더후, CNP, 더페이스샵 등 공식몰에 동일하게 ‘상품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반품/교환 가능’이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도 각각 자사 공식 온라인몰과 네이버스토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명확히 기재해놓고 있으며 클리오와 더샘은 자사몰에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에는 반품·교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온라인 직영몰은 채널 특성상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물 확인을 위한 차원의 단순 개봉으로 교환 및 환불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온라인몰에 해당 규정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포장만 훼손됐을 경우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온라인몰 특성상 제품의 실물이나 특징을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장만 훼손됐을 경우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샤(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자사 온라인몰 교환 및 환불 규정에 ‘포장 훼손 시’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공식적으로는 포장만 훼손됐을 경우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화장품 상자의 스티커를 제거했다는 사유로 청약철회 가능 기간임에도 반품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및 전자상거래법 등에 근거해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일부 사업자들이 환불 불가 스티커를 부착해 청약 철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러한 환불 불가 스티커 및 규정은 소비자가 제품의 내용물 확인을 위해 포장을 개봉할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제품 박스 등에 포장 혹은 박스를 개봉할 경우 환불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한 ‘환불 불가 스티커’는 법상 청약 철회 방해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청약 철회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고지하는 것은 거짓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들의 청약 철회 등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