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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⑰] 실손보험료 3년 만에 3배 인상 '분노'...해지할 수도 없고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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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⑰] 실손보험료 3년 만에 3배 인상 '분노'...해지할 수도 없고 '속수무책'
나이·손해율 가중치에 애먼 가입자만 '분통'
  • 서현진 기자 shj7890@csnews.co.kr
  • 승인 2026.04.3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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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21년 빅5 손보사 중 한 곳인 A보험사 실손보험 갱신형에 가입했다. 매년 2월경 보험료가 인상돼 지난 2025년엔 월 3만9779원을 납부했다. 올해 4월 김 씨는 우연히 통장 내역을 보다가 실손보험 보험료가 월 4만9712원으로 인상됐다는 걸 깨달았다. 1년 사이 보험료가 약 24% 인상된 셈이다. 김 씨는 놀라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상담원은 "다른 고객들이 보험금을 너무 많이 청구해 손해율이 높아진 부분이 보험료에 적용됐다"고 답했다. 김 씨는 "한 번도 실비 청구를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20% 이상 인상되는가"라고 분노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모럴헤저드가 많아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수의 과청구 때문에 전체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2023년  B보험사 실손보험 갱신형에 가입해 월 3만2000원씩 납부해 왔다. 2025년 보험료가 8만 원으로 인상됐고 올해엔 9만8000원으로 갱신됐다. 3년여 만에 보험료가 3배 인상된 셈이다. 박 씨가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상담원은 "나이가 오를수록 보험료도 오를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병원 방문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대폭 인상하는 게 맞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나이가 고령화되면 위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얼마나 실손보험을 이용했느냐에 따라서도 보험료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실손 보험료가 20% 넘게 인상돼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가 보험료 인상에 대해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보험사들은 비급여 항목의 무분별한 진료로 보험금 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라 다수 가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가 몇 년 사이 보험료가 두세 배 껑충 뛰었다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은 "병원 진료 받은 게 손에 꼽힌다", "수년간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다"며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1, 2세대에서 갈아탄 3, 4세대 상품 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뿐 아니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도 이같은 문제로 보험 가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때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대부분 갱신형 구조로 설계돼 일정 주기마다 보험사가 보험료나 보장 내용을 재조정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1세대(2009년 10월 이전 가입)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3·4세대(2017년 4월 이후)로 나뉜다. 5세대 실손보험은 내달 출시될 예정이다. 세대마다 갱신 주기도 달라지는데 1세대는 보통 3~5년마다 갱신되고 2세대는 1~3년마다 갱신된다. 3·4세대는 조금 더 이르게 1년마다 갱신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1·2세대는 보험료가 처음부터 높은 대신 인상률이 낮고 3·4세대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갱신시 인상률이 높은 편이다.

다만 갱신 주기마다 보험료가 제한 없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보험업법상 실손보험은 상해 입원이나 상해 통원 등 위험 구분 단위별로 보험료 변경이 매년 25%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갱신 주기가 길다면 인상률이 누적되기 때문에 인상폭이 클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올해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을 피할 순 없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실손보험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7.8%로 산출됐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1세대(3%대) ▶2세대(5%대) ▶3세대(16%대) ▶4세대(20%대)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보험료 인상률은 보험사 평균 수준으로 상품 갱신주기·종류, 가입자의 연령·성별 등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인상률은 달라진다.

◆ 보험사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탓" 주장

보험사들은 비급여 항목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 때문에 갱신 주기마다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을 과다 청구하는 일부 소비자나 의료진의 과잉진료 등이 보험금 누수를 초래한다는 것.

실제 비급여 보험금 누수의 핵심은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 비급여 항목으로 꼽힌다. 2024년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사업 실적'에 따르면 2024년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15조22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중 비급여 보험금이 8조8927억 원으로 전체 실손보험금 중 58.4%에 달했다. 2024년 통계이긴 하나 2025년도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비급여 항목은 과도한 가격 편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무릎 줄기세포와 같은 비급여 주사제는 100만 원에서 최대 2600만 원까지 책정되고 있다.

더불어 소수의 계약자들에게만 보험금 지급이 치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위 9%의 계약자가 약 80%의 보험금을 수령받고 있으며 65%의 계약자는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음에도 소수의 계약자들로 인해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보험금 누수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도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100.1%) ▶메리츠화재(103.6%) ▶DB손해보험(109.8%) ▶현대해상(124.1%) ▶KB손해보험(104%)를 기록했다.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은 매년 2조 원 가량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5년간 적자 규모는 10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 또한 무분별한 비급여 항목으로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비용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5세대 전환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서 과도한 지출로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도 보험료 인상으로 비용부담을 함께 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그 결과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보장내역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치료를 받지 않음에도 보험료가 올라가는 불합리성을 겪지 않으려면 내게 적합한 보험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며 "실손보험 손해율이 너무 높다보니 제도 개선을 위해 5세대가 생긴 건데 정부 또한 5세대의 장점에 대해 어떻게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어떤 소비자들에게 적합한지 정책적으로 홍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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