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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처방뿐인데...'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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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처방뿐인데...'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 거절
과도한 약관 해석으로 보험사 편의적 조치 많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6.12.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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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실효 상태에 있는 아이 명의의 보험을 부활시키려다가 거절당했다. 며칠 전 받은 병원 진료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다음 달에 부활 신청을 다시 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 동네 소아과에서 감기약 처방 받은 것 외에는 없다고 항변했지만 가입 전 진료 기록에 대한 알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거절 사유였다. 김 씨는 "보험 부활하려면 감기 걸린 아이 병원에도 못데려 가는 건지...보험사가 약관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보험 가입 전 보험회사가 계약 체결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력과 진료 이력 등 중요사항을 밝혀야 하는 '계약 전 알릴 의무'에 대한 해석 여부를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고지한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는만큼 엄격한 기준을 둘 수는 있지만 해석마저도 지나치게 보험사 편의적이라는 게 불만의 골자다.

◆ 감기 진료조차 병력으로 판단해 보험 가입 거절?

앞서 언급된 사례에서 김 씨는 실효 상태에 있는 아이 명의의 보험 계약을 부활시키려다가 수 일 전 받은 감기 진료 이력때문에 부활을 거절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손보, 롯데손보, 메리츠화재 등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근거로 보험 계약 부활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입 전 문진표를 통해 진료 및 투약 사실 여부를 묻는데 가입자가 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보험 가입 '거절'이 아닌 '유예'가 적합한 표현이고 특히 감기처럼 가벼운 단순 질병은 보험 가입 전 이력을 밝히더라도 당월 가입에 문제가 없거나 늦어도 익월에는 가입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효 상태의 보험을 부활시키는 것은 '재가입'의 개념이어서 신규 가입과 동일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계약 전 알릴의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계약 전 알릴 의무는 중요사항 11개 항목에 기타사항 7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질병 이력은 최근 3개월 내 의사로부터 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최근 5년 이내 입원 또는 수술을 했거나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을 했는지 여부 등이다. 

특히 3개월 내 진료 이력은 단순 치료 및 투약 행위 뿐만 아니라 질병 의심소견을 받은 경우도 포함돼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김 씨의 경우 안타깝지만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사료되며 해당 보험사에서도 익월 부활을 안내한 것 같다"며 "실효 상태에서 보험 혜택을 받고자 하는 일부 소비자들도 있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진료, 질병 이력 등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보통 단순 감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해당 보험사가 엄격한 기준을 둔 것 같다"며 "하지만 사전에 진료 이력을 알렸다면 가입 심사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고지 의무 위반에 대한 금융사의 해석 과도...감독 당국도 약관 개정 계획

'계약 전 알릴 의무'에 대한 금융 당국의 입장도 비슷하다. 상법이나 보험약관 상으로도 보험가입자가 과거 병력에 대해 사실대로 답변토록 하고 있어 규정 준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가입자는 보험사가 보험계약 청약서 등을 통해 질문하는 사항에 대해 스스로 경미한 사항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사실대로 신중을 기하여 답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지의무 위반 시 보험사들이 해당 약관을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점에는 문제 의식을 공감하고 있다. 경미한 과거 질병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맺은 보험계약을 임의로 해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보험약관을 개정해 보험계약 변경 시 고지의무 위반 병력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신체 부위 또는 질병은 보험 보장범위에서 제외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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