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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줄서는 '증권맨'들..공황 우울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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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줄서는 '증권맨'들..공황 우울증등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10.1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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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모(35) 차장은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투자 담당자다. 증시가 좋을 때 수천억원의 돈을 굴리면서 주목을 받았고 두둑한 보너스도 받아 외제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인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시작된 금융 위기로 투자가 잘 풀리지 않게 됐다. 투자를 할수록 손해만 커갈 뿐이었다.

 이후 그는 점점 불안해지면서 출근하는 것조차 힘들고 집에 가서도 갑자기 죽을 것만 같은 공황 증상을 경험했다.

박 차장은 계속해서 공황 증상이 올 것 같고 불안감이 극심해지면서 병가를 내고 쉬었지만 병가 기간에는 좀 나아졌다가 다시 출근하자 증상이 재발했다.

결국 그는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던 끝에 여의도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김모(48) 여사도 요즘 같은 정신과에서 치료받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꽤 많은 돈을 주식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처럼 주식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주변의 친척과 친구들도 그녀에게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야 수익률이 높아 주변 사람들이 매우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김 여사를 믿고 맡긴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해 주식 상황이 나빠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당장 손해를 본 것도 크지만 돈을 돌려 달라는 주변 사람들이 독촉이 심해지면서 심한 압박감이 밀려들었다는 게 김 여사의 고백이다.

"돈을 벌었을 때는 조금만 고마워하던 주변 사람들이 돈을 잃자 너무 힘들게 몰아세우는 게 힘들어졌다"고 김 여사는 토로했다.

독촉이 심해지자 일부 투자금은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다 갚아주기도 했는데 점차 그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더욱이 이런 사정을 남편이 모르는 게 더 큰 부담이 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결국 그녀는 매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달려왔던 주식 객장을 찾거나 컴퓨터로 주식 개황을 보는 것조차 싫고 밥맛도 떨어지면서 잠도 잘 이룰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더는 상황을 남편에게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김 여사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남편에게 말했고, 이에 남편은 아내의 정신과 치료를 권했다고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요즘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박 차장과 김 여사 같은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 우울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서 병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관련된 일은 사람에게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면서 "박 차장과 김 여사 같은 경우는 각기 공황 및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까지 병이 진행된 상황으로 항우울제, 항불안약물 투여로 상당한 호전을 보였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 교수는 이 같은 사례가 대부분 상담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채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돈 또는 일의 의미, 자신의 존재 이유, 자신의 가치에 대해 돌아봄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생긴 위기를 오히려 `왜 내가 일을 하고 왜 돈을 벌고자 하나'와 같은 근본적인 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회로 돌리도록 만들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어 "만약 박 차장과 김 여사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는 스트레스 반응 자체를 줄이는 근육 이완이나 호흡법 등을 배워 해보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업무나 주식 투자 이외에 소홀히 했던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다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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