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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다 벗기고 나니 과자는 절반도 안돼...겹겹 포장으로 부풀리기 '면죄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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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다 벗기고 나니 과자는 절반도 안돼...겹겹 포장으로 부풀리기 '면죄부' 받아
과대포장 금지 법안 '예외조항' 탓...회사 측 "규정 준수"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4.05.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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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과자의 포장 상자가 내용물보다 2, 3배 이상으로 과도하게 커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규정상으론 과자의 포장 빈공간 비율은 20% 이하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1차, 2차 포장 등 중복 포장으로 환경부 규정을 맞추고는 있지만 내용물만 놓고 보면 상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대포장을 규제하는 환경부의 포장 규칙상 예외조항이 오히려 업체들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과류는 1차 포장과 최종 포장 간 빈 공간 비율이 20% 이하여야 하고, 포장도 2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상자에 포장돼 판매되는 과자의 경우 낱개로 개별포장된 게 1차, 상자가 2차 포장이 된다.

규정상 한 개씩 낱개 포장(1차 포장) 후 여러 개를 함께 포장(2차 포장)한 경우 1차 포장과 내용물 간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업체들이 기본으로 과자 개당 개별 포장하는 추세라 모든 포장을 제거하고 나면 과자의 양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완충재 역할을 하는 트레이나 종이 고정 박스 등도 포장 횟수에서 제외한다. 

16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롯데웰푸드와 오리온,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국내 제과 4사의 제품 각 3개씩 총 9개를 분석한 결과 모두 내용물 부피를 제외한 빈 공간이 20%를 훌쩍 웃돌았다.
 


포장공간비율이 가장 높은 제품은 오리온의 '마켓오 브라우니'로 개별포장을 모두 제거하면 상자 대비 과자 부피는 28.7%에 불과했다. 마켓오 브라우니 과자는 360㎤로 종이 상자(1254㎤)의 30%도 채우지 못했다. 오리온의 초코칩쿠키는 개별 포장 내부에 플라스틱 트레이까지 모두 걷어내면 과자가 최종포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오리온 마켓오 브라우니
▲오리온 마켓오 브라우니
▲오리온 초코칩쿠키
▲오리온 초코칩쿠키

이어 롯데웰푸드 '칙촉(32.1%)', 크라운제과 '쿠크다스(33.3%)', 해태제과 '사브레(34%)', 롯데웰푸드 '제로 초콜릿칩 쿠키(40%)' 역시 과자가 최종 포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40%에 불과했다. 나머지 60~70%는 빈공간인 셈이다.
 
▲롯데웰푸드 칙촉
▲롯데웰푸드 칙촉
▲크라운제과 쿠크다스
▲크라운제과 쿠크다스
▲해태제과 사브레
▲해태제과 사브레
▲롯데웰푸드 제로 초콜릿칩 쿠키
▲롯데웰푸드 제로 초콜릿칩 쿠키

빈공간 비율이 가장 낮은 제품은 롯데웰푸드의 ‘빠다코코낫’이었다. 빠다코코낫의 내용물 부피는 1073㎤로 포장(1806㎤)의 60%에 달했다. 이어 오리온 ‘다이제 샌드 바닐라&밀크(44.4%)’, 해태제과의 '후렌치파이(42.5%)'도 전체 포장의 50~60%가 빈공간이었다.
 
▲롯데웰푸드 빠다코코낫
▲롯데웰푸드 빠다코코낫
▲오리온 다이제 샌드
▲오리온 다이제 샌드
▲해태제과 후렌치파이
▲해태제과 후렌치파이
 
제과업계에서는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포장공간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며 "외부 전문 공인기관에 의뢰해 외부시험 성적을 받아 정확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내용물이 파손되거나 변질되면 소비자 민원이 발생한다. 환경부 규정 내에서 제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완충 공간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정한 포장 공간 비율 규정을 따르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환경부의 포장 관련 규정에 맞추면서 제품 파손을 줄이기 위한 테스트를 거쳐 포장단위를 결정한다"며 "개별 포장지도, 잉크도 친환경인증을 받는 등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환경부의 ‘제품의 포장 재질,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적용하면 빈 공간 비율이 20%를 넘는 제품은 롯데웰푸드 '칙촉(20%)', '제로 초콜릿칩 쿠키(22.2%)', 크라운제과 ‘쿠크다스’(27.8%) 등 3종에 불과하다. 평균은 15.7%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제품 출시 단계에서 포장관련 규정에 맞는지 점검하고 있다. 한국의 포장 규제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깐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이 2030년부터 포장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데 빈 공간비율을 40%로 정했다"며 "한국의 포장 규제로 인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제품들도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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