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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 99년 베이징 발언 '딱'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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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 99년 베이징 발언 '딱' 맞았어~!
<유태현의 '유럽돋보기'-2> 삼성은 '날고' 대한민국은 '설설 기고'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22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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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든 우리나라 제품이나 광고를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럴 때마다 대한민국 사람이란 뿌듯함과 자부심이 덩달아 생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간판이 세계시장 개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삼성에 도움이 될까? 삼성은 과연 대한민국 회사란 점을 부각하며 장사를 하고 있을까? 현장을 돌아 본 결과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해 파문을 일으켰다.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회장의 이같은 예언은 정확하게 들어 맞고 있다. 각종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는 추락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일류 기업으로 부상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이미지도 좋은 ‘삼성공화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 회장이 다시 등급을 매긴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5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4류, 기업은 일류”라고 하지 않을까? 삼성이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고 장사를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제품은 삼성 휴대폰이었다. 옥외 광고판도 많았지만 실제 휴대폰 가게마다 모토롤라, 소니에릭슨등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가격도 고가 제품에 속해 항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뒤셀도르프의 번화가인 하인리히하이네알레(Heinrich-Heine Allee)의 카우프호프 백화점 옆 휴대폰 가게에는 삼성 휴대폰이 옥외 매대에 전시돼 있었다. 300만 화소 짜리 mp3폰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제품을 살펴보고 있을 때 독일인 2명이 다가와 삼성 휴대폰을 꼼꼼하게 뜯어봤다. 한 명은 30대 초반 남자, 다른 한 명은 20대 중반의 여자였다.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빌프레드라고 말했다. “이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This phone was made in our country)”이라고 했더니 “어느 나라냐?(Which country?)”고 물었다. ‘코리아’라고 하자 '삼성이 한국회사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 삼성은 알아도 대한민국은 모르는구나. 지난 여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던 친구 딸이, 현지 친구들이 삼성과 LG휴대폰을 쓰는 데 그게 우리나라 제품이라고 하니까 믿지 않더라는 얘기도 생각났다. 언뜻 한국사람 자부심이 반감되는 기분이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삼성타운까지 생겼다. 유럽 최초의 한국인 타운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미용실, 목욕탕 등 모든 생활 시설이 모두 생겼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이곳을 ‘한국인 타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삼성타운’으로 통한다. 대한민국 보다 삼성이 더 유명한 탓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돌이켜봤다. 삼성이 대한민국 회사임을 꼭 알려야 하나?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다. 브랜드가 사운을 좌우한다. 삼성 브랜드에 구태여 코리아란 사족을 달 여유도 없으리라. 삼성전자는 예전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런칭하면서 회사 이름도 생략해 버렸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거의 절대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은 프라하성(Prague Castle)이다. 우리나라의 경복궁에 해당하는 곳으로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리는 곳이다.

    16일 오전 프라하성을 향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삼성 광고가 매우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현지인 3명에게 "삼성이 어느나라 기업이냐"고 물어 봤다. 두 명은 모른다고 대답했고 한 명만이 ‘Korean company'라고 답했다.

    유럽에서는 앞으로 원산지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Made in Germany'나 'Made in Italy'가 아니라 'Made in Europe'이 된다는 소리다. 지난 80년대 미국시장에 진출했던 보루네오가구는 애국심 때문에 매장 앞에 태극기를 세웠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미국시장에서 ‘3류 국가 제품’이란 이미지를 심어줬고, 여러가지 열악한 환경과 겹쳐 실패했다. 미국시장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국내에서도 비운을 맞았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기업이미지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지난 9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쟁력 지수는 125개 대상국 가운데 2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9위에서 5단계나 후퇴했다. 공공제도부문지수가 작년 38위에서 47위로 밀린 데 따른 것이다.

    부문별 등급을 매긴 이 회장은 정말로 신통한 점쟁이이자 비범한 인물이라는 확신이 굳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자신을 몇 번째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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