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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지상에 내려온 별, 뮤지컬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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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지상에 내려온 별, 뮤지컬 ‘모차르트!’
인간 모차르트를 만나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2.0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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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아름답다.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끈질기게 살아 숨 쉬며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지금도 그의 음악은 우아하게, 때로는 다급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광적으로 모든 마음들과 만나고 있다. 세상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우리가 그 천재를 구체적으로 처음 만난 건 아마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일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별과 함께 하늘에 박혀있던 모차르트를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모차르트라는 실존 인물에 극적 요소들을 버무려 실로 매력적인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영화 속 모차르트는 신의 축복을 받은 자 답지 않게 음탕하고 요란스럽다. 처음 접하는 누구라도 당황스럽게 만들 그의 웃음소리는 이후 모차르트를 표현하는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탕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4년 밀로스 포먼의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이름을 내세우고 등장한 모든 작품들 중 가장 대중적이다. 그리고 2010년, 그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을 하고선 한국 무대 위에 섰다.

- 천재 모차르트, 그리고 인간 모차르트(영화 ‘아마데우스’ vs 뮤지컬 ‘모차르트!’)

영화 ‘아마데우스’가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에 따른 기대감과 현실의 괴리를 포착했다면 뮤지컬 ‘모차르트!’는 모차르트 개인의 인간적 고뇌에 집중한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주인공은 살리에리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욕망을 가졌으나 재능은 갖지 못한 자의 열등감과 질투심이 질투의 대상과 스스로를 파멸시켜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살리에리는 ‘섬세한 필체를 통해서 들려오는 미의 극치’를 경험하고서는 신을 버리고 더불어 자신을 버린다.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이 대결구도를 위해 살리에리 같은 설정의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모차르트와의 대립은 대주교 콜로레도를 통해 만들어진다. 콜로레도 역시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놀라워하는 동시에 질투한다. 그러나 그 심리적 줄다리기는 팽팽하게 당겨지지 못하고 쉽게 끊어진다. 심리의 섬세함과 깊이가 부족하고 어른들의 그것이라 하기에는 단순한 1차원적 싸움에 머문다. 대신 갈등과 그로인한 상처는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이 음악적으로 성공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핵심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봤고 성장시키기 위해 여러 곳을 여행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가장 큰 심리적 갈등은 이 부자(夫子)를 통해 형성된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모차르트를 천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즉 ‘우리와 같다’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로인해 모차르트라는 매력적 캐릭터가 다소 평범해졌다. 그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음표들이 주체하지 못하고 튀어나와 거대한 회오리를 만드는, 천재라는 소재와 어울릴만한 경이로움이 부족하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과정만이 반복되면서 극은 평면적이 됐다. 목을 죄여오는 환희와 불꽃같은 선율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 화려한 음표들 뒤에 숨은 당신은 누구인가

뮤지컬 ‘모차르트!’는 현란한 음표들 뒤에 자리 잡은 음악가의 고통과 애환을 조명한다. 그의 음악은 신이 선물한 듯 완벽했지만 인간 모차르트는 너무 연약했다. 그가 인간이었다는 것이 차라리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재능만으로 온 세상과 맞서기에 인간이란 너무 보잘것없다. 그 아이러니함과 거대한 파도 같은 생을 담기에 무대는 너무 크고 반면 너무 작았다.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기에 너무 컸고 천재의 삶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너무 작았다. 또한 간간히 맥을 끊는 어투와 대사는 잘못 연주된 악기처럼 조화되어야 할 화음 속에서 튀어 올랐다.

그럼에도 모차르트는 친숙했다. 레게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그는 천재라는 부담감을 벗고 방황하는 청년의 이미지를 걸쳤다. 그의 천재성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를 따라다니는 신동 ‘아마데’로 형상화된다. 잉크가 모자라자 모차르트의 피로 레퀴엠을 작성하는 아마데의 모습은 섬뜩하다. 또한 모차르트의 명곡들 대신 록과 팝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현대적이다. 28인조 오케스트라와 록밴드가 선보이는 음악들에는 모차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들이 엿보인다. 모차르트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부르는 ‘황금별’, 콘스탄체 베버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 등은 오랫동안 귀에 남는다. 명화를 보는 듯한 무대,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500여벌의 의상, 특수 가발, 소품 등 역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임태경, 박은태, 서범석, 윤형렬, 민영기, 배해선, 정선아, 신영숙 등 최고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가창력과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국내 첫 선보이는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베일을 벗은 모차르트는 신선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 모차르트를 만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얀 가발을 쓴 초상화 속 모차르트가 아닌, 노래하고 술을 마시며 사랑을 갈구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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