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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세! 슬픈 수염의 기사, 만세!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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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세! 슬픈 수염의 기사, 만세! 정성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2.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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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적 감성이나 진부한 일회성 눈물이 아닌,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채 굳어져 아직 그곳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우리 안의 덩어리를 비추는 공연이 있다. 그 빛은 가늘지만 날카롭고 따뜻하다. 웃다보면 어느새 우리 내부로 스며들어 마음을 쓰다듬는 뮤지컬, 원작만큼, 아니 원작을 넘어선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공연 중이다.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그야말로 ‘만세!’였다. 돈키호테는 너무나 유연하게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태연하게 반복해도, 이상하리만치 진지해도, 또 부실해도 관객들은 단 한순간도 돈키호테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우리 대신 미쳐 우리 대신 희망을 꿈꾸는데.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은 현실에서 좌절됐을지라도 배우 정성화는 성공했다.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알론조를 짧은 호흡 한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이 시대의 돈키호테, 정성화를 만났다.

 

- 돈키호테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

 

“인간의 궁극적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세상을 정의롭게 만드는 것에 힘을 쏟아라. 그 이상과 신념을 버리지 마라. 이것이 돈키호테가 주장하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정신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런 형식적으로 들리는, 인터뷰용 멘트로 보이는 말들도 정성화가 하면 거부감은커녕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것이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정성화의 힘이다. 이제 뮤지컬계에서 배우 정성화의 위치는 확고하다. 대중에게 뮤지컬 배우로서 정성화는 어떤 이미지일지 모르겠으나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관람한 관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무대 위의 정성화는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관객과 쉽게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작다. 세상과 싸울 수 있을 만큼 용감하고 관객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다. 관객을 떨리게끔 하는 정성화가 돈키호테가 돼 말한다. “사회를 버리고 귀농하라는 의미는 아니죠. 우리는 종종 무엇을 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 된다고 말을 해요. 누군가를 돕고 싶고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봐야 해요. 정말 시간이 없고 상황이 안됐기 때문일까요? 귀찮아서, 혹은 쑥스러워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말한다. 우리가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회색빌딩이 싫어 떠나고 싶어 해요. 내 집에 작은 화분을 사들여 아름답게 키우면서 행복해하고 작은 희망을 얻으려는 정도의 시도도 안 해본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돈키호테는 이런 작은 것을 제시하고 있죠.” 우리를 돌아보게끔 하는 이 작품을 배우 정성화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희망, 희망을 가지고 가면 되죠. 그리고 또 하나는 안식입니다.”

 

 

- 돈키호테라는 꿈의 이정표

 

돈키호테는 황당한 행동들로 희망과 안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지만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기란 불가능한 인물이다. 이런 환상적 인물이 지금 우리 시대에 정말로 필요할까, 또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이 시대에 돈키호테는 필요하지 않죠. 하지만 돈키호테는 실체가 아니고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이정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쳇바퀴처럼 무의식적으로 사는 삶 속에서도 어떤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좇아 살 거라는 희망, 그것이 돈키호테죠. 돈키호테라는 사람의 존재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내가 잘 살아왔는가 생각해보는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인물, 그리고 작품이죠.” 우리 안의 이정표! 돈키호테는 그 푯대를 따라가라고 말한다. 비록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희망조차 없고 멀지라도 말이다. 돈키호테는 멈추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르겠다고 노래한다(뮤지컬 ‘맨오브라만차’ 中 Impossible Dream). 배우 정성화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돈키호테가 철야기도를 드리는 신을 꼽았다. “돈키호테가 여러 가지 맹세를 하게 되죠. 그러면서 이 철야기도를 하는 모습을 후대의 현인들이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해요. 이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을 허영에 빠져 보내는구나, 한탄하며 드리는 기도 내용이 있어요. ‘오직 나의 정신만을 소유 하겠나이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되어 질 모습을 연모 하나이다, 어리석은 환락을 추구하지 않겠나이다, 사람들에게는 정정당당하고 여인들에게는 예의를 지키겠나이다.’ 제 스스로도 닭살이 돋는 부분이에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스스로 연기를 하게끔 만들어주는 공연이에요.”

 

그리고 이 감동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특별한 누군가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아요. 모든 영혼들에게 자신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죠.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옳은 것은 무엇인가. 현실은 무엇이고 진신을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이 진심이 모두에게 전달될 거라 믿습니다.”

 

(뉴스테이지=글_이영경 사진 _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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