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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변소 같은 세상, 연극 ‘B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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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변소 같은 세상, 연극 ‘B언소’
문성근, 강신일, 이대연 등 극단 차이무 배우들 총출동!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2.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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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것은 밑으로 뱉어내야 사는 인간들의 세상, 뒤처리가 깨끗하면 좋으련만 꼭 흔적을 남겨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인간들이 도처에 널렸다. 그래서 연극 ‘B언소’의 배경은 바로 비언소, 변소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체면 차리기 우스워지는 곳이 화장실 아닌가. 이곳에는 소문과 낙서도 난무한다. 이 좁은 공간에서 퍼지는 유언비어는 화장실 문을 나서며 하나의 형태를 띠고 실제 존재하는 양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유언비어가 시작되는 변소, 연극 ‘B언소’는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인간들을 담았다.



연극 ‘B언소’는 하나의 서사 대신 화장실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직하게, 양심대로 산다고 살았으나 아직 차 한 대 없는 가장은 자식과 아내의 무시로 인해 고독하다. 그리고 그 옆에 소변을 보기 위해 선 남자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은 듯 덤덤하게 말한다. “뭐 사는 게 별거입니까, 욕심만 버리면 되죠. 나 정말 욕심 없습니다. ……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 찾아 내려오면 랍스타나 구워가면서 술이나 한잔씩 나눌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 통일은 언제 되나, 통일만 되면 말입니다, 이북에 말입니다. 우리 집안 땅이 조금 있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서울만 하다는데…….” 또한 촛불시위의 배후가 사탄이라고 단언한 목사나 정치나 사회, 문화인에 속해서 하는 일이라곤 싸움밖에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분쟁과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관객은 자기 소리만을 외쳐대는 소음으로 인해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청소부는 순식간에 더러워지는 화장실을 닦으며 ‘더러운 세상, 더러운 놈들’을 반복한다. 아무리 치워도 화장실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극의 후반부 무대 위는 쓰레기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웃기는’ 세상을 풍자하며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 ‘B언소’가 이곳을 사는 우리들을 웃으면서 울게 만든다.


극단 차이무는 배우 강신일, 송강호, 문소리가 TV 광고 출연료 전액을 쾌척하며 차이무극장을 개관하게 됐다. 개관기념 첫 작품으로 연극 ‘B언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극단 차이무의 초대 대표이자 연출가 이상우는 “최다 관객을 동원한 차이무의 작품이 연극 ‘B언소’다. 또한 차이무식 연극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현실을 반영하므로 공연될 때마다 당시의 이슈가 삽입되는 연극 ‘B언소’의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과정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과정들의 문제에 대해 반성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출연에 대해 배우 강신일은 “우리 단원 전부가 참여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며 “젊은 후배들이 중심이 된 공연이다. 선배들이 할 수 있는 건 후배들을 서포터하고 힘을 실어주는 정도다”고 밝혔다. 연극 ‘B언소’는 5월 2일까지 아트원 차이무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글_이영경 사진_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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