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유태현의'유럽돋보기'-4>"호롱불 켜고,우마차 탄다?"
상태바
<유태현의'유럽돋보기'-4>"호롱불 켜고,우마차 탄다?"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24 0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 독일 아헨에서 뒤셀도르프로 이동하는 길에 유럽을 자주 여행해온 기자의 눈에 차창 밖으로 달라진 풍경 하나가 확 띄었다. 동네마다 거의 어김없이 서 있는 풍력발전기들이었다.

    많게는 20여기, 적게는 10여기 정도가 동네 어귀에서 한가롭게 빙빙 돌아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거의 변함이 없는 독일의 마을 풍경을 확 바꾼 풍력발전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는 독일의 노력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독일은 전체 전기 생산의 약 60%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태양광, 풍력, 수력, 원자력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정책 입안 과정에 환경보호론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원자력 의존도가 낮은 것도 녹색당(Greenen)등 환경론자들의 거부감 때문이다. 독일정부는 장기적으로 환경친화적인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비율을 크게 높여 나간다는 목표에 따라 ‘동네 자급자족적’인 풍력 발전기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독일에는 1만8000여개의 풍력 발전소가 가동돼 1만9000MW이상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201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2.5%, 2020년까지 20%를 풍력, 수력, 태양열, 지력, 식물성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의 풍력발전량은 2004년 390MW에서 2005년에는 2000MW이상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5000M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든 선진 강대국들이 에너지 확보 전쟁과 대체에너지 개발 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정부 역시 오는 2012년까지 국내 총 발전량의 1.8%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키로 하고 풍력발전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에서 사업이 겉돌고 있다. 님비(Nimbyㆍ지역이기주의) 때문이다. 제주 성산읍 난산리, 제주 성산읍 수산리, 전남 신안군 자은도 등에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아예 착공도 못했거나 터 파기가 중단돼 있는 상태다.

    풍력발전기에서 저주파 및 고주파 소음이 나고 큰 날개(블레이드)가 돌면서 그림자를 지게 한다는 등의 이유다. 한마디로 환경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대규모 데모에 나서고 시공업체와 주민들간 법정소송이 벌어지는 등 날로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 원자력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독일과 풍력이 환경을 해친다는 한국의 인식 차가 의아스러울 뿐이다.

    화석 에너지가 고갈되면, 풍력을 포함한 모든 대체에너지 개발을 남의 집 일인 양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원자력 발전소는 환경론자들 때문에 못짓고 풍력발전소는 님비현상 때문에 못짓고, 다른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자니 기술이 모자라고.
호롱불을 켜고 소달구지를 타고 다니며 살아야 할까?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