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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PVC 금지법안 논란.."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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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PVC 금지법안 논란.."당황스럽다"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2.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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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현재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의 수액백과 일부 혈액백(보조용 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각 병원과 대한적십자사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남아있는 `PVC 수액백'을 다른 재질의 수액백으로 대체키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대한적십자사는 "PVC 소재의 혈액백 사용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PVC 재질 외의 수액백들이 잘 터지거나 새는 등의 단점이 있어 법 제정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연간 생산 또는 수입되는 수액백은 1억2천만개로, 이 중 문제가 되는 PVC 재질의 수액백은 28%에 달한다.

나머지는 이미 PVC 대체제와 유리병으로 만들어진 수액백이 각각 전체 수액백 시장의 45%, 27%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부의 방침대로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된 물질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오는 10월 발효된다면 현재 28% 가량인 PVC 재질의 수액백도 모두 다른 재질의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PVC백이 문제가 되는 것은 PVC 재질에서 환경호르몬 물질로 의심되는 `프탈레이트(DEHP)'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 프탈레이트 성분은 생식기관에 독성을 발현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동물실험에서는 수태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한 쥐실험에서는 새끼 수와 체중 감소, 사망률 증가 등의 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발암성이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와있다.

국내에서는 다국적제약기업인 한국로슈가 일선 병원에 PVC 수액백 사용을 요구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사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틴'과 관련, "허셉틴은 CJ에서 생산한 PVC 백에서만 안정성 여부가 입증됐고, 기타 PVC백이나 Non-PVC 백에서는 안정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병원 약제팀에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선 병원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로슈측은 각 병원 약제부장에게 사과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현재 PVC 수액백 대응에 가장 발빠른 곳은 서울아산병원. 이 병원은 적십자사 중앙혈액원으로부터 공급받는 혈액백을 제외하고는 올해 1월부터 모두 PVC 재질이 아닌 제품으로 교체했다. 때문에 혈액백을 제외하고는 PVC백 재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사용 중인 수액백 중 PVC백이 10% 정도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3월부터는 국내 생산이 되지 않는 2종류 정도의 PVC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서울대병원도 현재 PVC 제품 재고량이 1천500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PVC를 다른 재질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병원의 관계자는 "PVC를 이용하지 않는 제품(non PVC백)은 잘 터지거나, 새는 등의 문제가 있어 수술장이나 중환자실과 같이 단시간에 수액을 공급해야 하는 가압식의 경우에는 PVC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규를 제정하기 전에 `non PVC' 제품에 대한 재질 향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환경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백에 PVC를 사용할지 안할지는 환경이냐, 효율이냐는 가치판단의 문제"라면서 "충분한 유예기간과 수가문제가 해결된다면 모르겠지만 현 PVC 혈액백 보다 2~3배 비싼 혈액백을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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