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선택사양에 포함되는 자동차의 파노라마 썬루프가 흉기로 돌변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크라이슬러, 볼보, 혼다, 닛산, 폭스바겐 등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멀쩡하던 파노라마 썬루프가 산산조각 났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고속 주행 중 깨진 썬루프 유리조각이 운전자 머리위로 떨어져 끔찍한 충돌사고를 일으킬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이라며 발뺌할 뿐이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 파손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위에 달고 다니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강화유리로 만들어 진다. 강화유리는 일반유리 표면을 기계적으로 급랭시켜 표면을 강하게 만든 것으로 최대 10배 이상 강도가 높아 '안전유리'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강화유리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약간의 이물질이라도 유입될 경우 일반 유리보다 쉽게 파손된다.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가전이나 주방용품에도 이같은 피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파노라마 썬루프가 산산조각 난 정 씨의 SUV 차량>
11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의 정 모(남.45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12월 주행 중 썬루프를 열었다가 죽을 뻔했다. 개폐 스위치를 켜자마자 썬루프가 산산조각 나 유리 파편이 정 씨의 머리위로 떨어진 것. 순간 핸들을 돌린 정 씨는 차선을 이탈해 충돌사고를 일으킬 뻔 했다.
문제의 차량은 기아차의 쏘렌토R이었으며 구입 6개월에 주행거리는 1km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차량 제조업체는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이라며 보증수리마저도 거부했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깨질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기막힌 설명이었다.
정 씨는 "만약 외부 충격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쉽게 깨져서야 안심하고 탈 수 있겠냐"며 "태풍이라도 불면 차를 안방에 모셔둬야 할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결국 정 씨는 회사 측의 보증수리 거부에 160만원을 들여 수리 받아야 했다.
용인시 신갈동의 오 모(남.31세)씨 또한 르노삼성차 뉴 SM5의 멀쩡하던 파노라마 썬루프가 산산조각 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내에서 서행하던 중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에 놀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신의 차였다고. 그제야 본인 차량의 썬루프가 산산조각나 있는 걸 확인하고 기겁했다.
다행히 겨울이라 실내에서 차단하고 있었기에 유리조각이 머리위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머리위로 조각들이 쏟아질뻔한 상황이었다.
오 씨는 "운전자 안전에 큰 구멍이 생긴 사고임에도 불구 회사 측으로부터 파손 원인조차 듣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강화유리는 일반유리처럼 균열이 생기거나 하지 않고 '완파'되기 때문에 원인을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최근 파노라마 썬루프 파손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 제작결함을 의심해야 한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책임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원인 파악에 앞장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털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유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강화유리는 위에 차량을 올려놓고도 버틸 정도로 충격에 강하고 강도가 세지만 제조과정에서 미세한 불순물이 들어갈 경우 일반유리보다 더 잘 깨지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