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순경 '포항 세탁 일번지'라는 세탁소에서 달세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달세탁은 한 달에 10만원을 주고 의류 60 ~ 70벌 정도를 '드라이 클리닝'을 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의류 장사를 하다보니 판매하는 옷은 전부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하거든요.
한 달뒤, 맡긴 옷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르꼬끄의 검정색 면티에 목 부분이 하얀색인 옷이이였는데 하얀 목 부분이 빨갛게 됐더군요.
어차피 3일 뒤에 옷을 수거해 가시기 때문에 그 때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일이 지나자 "아저씨, 옷이 글쎄 빨갛게 됐어요. 다행히도 내가 산 의류매장에서 무료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준다고 했지만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세탁소 아저씨는 "우리 잘못이 아니예요. 아가씨가 빨간색 옷 사이에 그 옷을 걸어둬서 그런 거겠죠"라는 기가 막힌 한 마디.
내 옷장에는 빨간 옷이 단 한 벌도 없었고,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거래를 끊었습니다.
개인 사정상 이사를 했고 포항 변두리인 '유강'이라는 곳에서 살게됐습니다. 변두리다 보니 달세탁을 해줄 세탁소가 없더라고요.
할 수 없이 전에 이용했던 그 곳을 알아봤더니 '사장이 바뀌었다는 둥...'뭐,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찾아갔는데 예전 사장님이 아니더군요.
마음이 놓여 다시 계약을 했고 청바지를 맡겼습니다.
어느 날, 출근하려고 청바지를 입고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내가 메모해 둔 휴지조각이 그대로 번지지도 않고 들어있는 겁니다. 얼른 벗어 냄새를 맡아보니 드라이 클리닝을 한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이렇다 저렇다할 말 한 마디 하지않고 넘어갔습니다.
옷 장사를 하는 탓에 매주 한 번은 서울에 올라가 의류를 떼와야 합니다. 물건을 다 구입하니 '실크 블라우스'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보세로 15만 6000원을 주고 포항으로 배송주문을 하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다음 날에 옷이 도착했고 세탁소에 갔습니다. "아저씨, 이 옷은 정말 비산 옷이니깐 따로 빼서 드라이 클리닝을 해 주세요"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고요.
3일 후, 세탁물을 확인하는 순간 머리 꼭지가 돌아가더군요. 실크 블라우스를 걸레로 아셨는지 볼펜자국이며, 부분마다 옷걸이에 걸렸는지 올이 다 나가있고, 가슴부분에는 완전 잡아당겼는지 볼 품이 없게 됐습니다.
바로 세탁소에 전화를 했고 "옷이 엉망인데 못 입을 정도라구요"라고 따지자 "3일 뒤에 다시 찾으러 갈테니 그 때 옷을 보여달라"며 나 참, 바로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저씨가 오셨고 나는 옷을 보여드렸습니다. 헌데 옷을 가지고 가려고 하시는 거 있죠.
나는 "아저씨, 여기서 옷 보세요"라고 하니까 "우리 사장님께도 옷을 보여드려야 되서요. 그리고 바로 연락드릴게요"라며 옷을 가져가더군요.
그 날 하루종일 내 전화를 한 통도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로 '아저씨, 전화받으세요 내가 찾아갈까요?'라고 보내자 '지금은 운동 중이라 전화를 못 받습니다. 끝나면 연락하겠습니다'
도대체 운동을 몇 시간이나 하기에 연락이 없는겁니까.
답답해서 먼저 전화를 걸었고 방금 전 내 옷을 다시 내 집에 갖다놓았다고 하더라고요.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아저씨, 멀쩡한 새 옷을 맡겼는데 이게 누구 잘못인가요?"라고 따지자 "왜 입지도 않은 옷을 보냈는데요?"라며 동문서답을 하더군요.
실랑이 끝에 예전 사장님이 내 옷을 빨갛게 해놨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저씨는 "우리가 옷을 그렇게 하는 거 알면서 보낸 아가씨도 잘못있지. 그리고 보세옷은 못 물어줘. 이런 일로 옷값 다 물어주면 이 동네에서 세탁소 다 문 닫아야 해. 소비자 고발센터에 한 번 신고해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 말고도 세탁소 안에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사과는 커녕 귀가 아플 정도로 괴성만 듣고 왔습니다.
정말 양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포항 세탁 일번지'를 고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