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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에어포스원 극찬...대한항공은 질책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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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에어포스원 극찬...대한항공은 질책 '굴욕'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1.03.1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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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가 긴급 회항한 것과 관련 정비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한항공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전용기 회항은 항공기 내부의 소음. 진동 때문이었다.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시간 20여분 점검 후 다시 이륙했다.

이 비행기는 보잉 747-400 기종으로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된 지 1년도 안 돼 사고를 일으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2010년 4월 미국 순방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과거 대통령 비행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민간 항공기를 번갈아 이용했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찬법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등 CEO들이 동승해 운항을 관리했다.

이번 비행에는 대한항공 CEO가 동승하지 않았다.


그간 청와대는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에서 전용기가 없던 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전용기 구입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용기 책임자는 대한항공의 세대교체 선두주자

대통령 전용기의 총괄 책임자는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이다.

지창훈 사장은 작년 초 이종희 전 사장 뒤를 이어 7년 만에 새롭게 총괄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조현아, 조원태 등 조양호 회장 장녀와 장남이 줄줄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상황에서 지 사장은 대한항공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됐다.

2008년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특명으로 화물사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전까지 대한항공에서는  여객영업 전문가는 줄곧 여객영업만, 화물사업 전문가는 내내 화물사업만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지사장은 2009년 화물사업본부장 겸 나보이 프로젝트 사업추진단장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대한항공이 오래 전부터 CEO 감으로 점찍고 키워온 인물이란 소리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UAE에서 귀국하는 대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및 관계자들을 소환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용기가 외국 순방 또는 지방 출장 때만 사용돼 운항 횟수가 많지 않아 상시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사장의 좌우명인 '유지경성(有志竟成)'이 초라해지는 대목이다. '뜻을 세우고 중간에 포기하는 일 없이 계속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를 지녔다.

◆적자행진 벗어나자…안전 문제 속출

대한항공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해왔다. 원달러 환율의 급상승으로 여객수요도 급감했다.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2분기. 이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작년 매출 11조4천592억원, 영업이익 1조1천192억원, 당기순이익 4천684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실적이 좋아진 작년 하반기부터 대한항공은 기체 결함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18일 마드리드발 B777기가 엔진 결함으로 14시간 지연 출발했다. 12월에는 일본 나리타에서 괌으로 출발하려던 A300-600기의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250여명의 승객들은 12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륙하려던 B777기의 연료 누수 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심지어 작년 9월과 10월에도 비행 중인 항공기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는 등 3차례의 잇따른 엔진 결함으로 항공당국의 특별점검을 받기도 했다.

이 안전 불감증이  대통령 전용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용기는 평균 23년 경력의 베테랑 정비사들과 숙련된 정비 인력 등이 매일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쉽게 결함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품인 공기흡입구 덮개(에어 커버)의 나사가 풀리면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의 경우 작은 결함이라도 목숨과 직결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중요 부품이 아니라고 눈으로 대충 훑는 등의 안일한 정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올 초 독일 항공사고조사국(JACDEC)이 세계 60대 항공사를 대상으로 발표한 '2010 항공안전도 순위'에서 가장 위험한 항공사 6위에 선정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JACDEC의 조사는 항공 사고 발생 건수, 사망자 수, 결항 등 총 항공 손실을 고려해 이뤄지며 이 결과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항공사 평가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가 올해 전용기 장기 임차를 위해 책정한 291억원의 예산은 웃음거리가 됐다.

◆대통령이 극찬, 미국 전용기 '에어 포스 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에 대해 "연착도, 취소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정확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 평했다.

미국 정부는 에어 포스 원으로 보잉 747-200B 두 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용기의 기능은 미국 공군의 기밀사항이나 부시 대통령의 말에서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평상시 철저한 정비가 이뤄짐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탑승 후 6분 이내로 이륙할 수 있도록 항상 대기 상태에 있다.

열추적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특수엔진, 미사일 요격 회피 시스템 그리고 핵폭발에 의한 전자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 등이 알려져 있다. 대통령이 부상당할 경우 응급 수술이 가능한 의료시설도 있다고.

현재 전용기를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개국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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