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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오픈프라이스,기업이 돈내고 만든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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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오픈프라이스,기업이 돈내고 만든 제도?"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5.30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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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쯤이었다.

 

경제부처의 담당자라며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확대 시행할려고 하는데 찬반 의견을 구한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임원이기 때문에 관련된 분야 현안에대한 의견을 묻는 듯했다.

 

마침 지하철 승강장에 있던 터라 휴대전화 소통이 쉽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높여 성의껏 의견을 피력했다.

 

내 의견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였다.

 

제조업자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되고 최종 판매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당시 확대 적용하려는 품목에대해서는 현성없는 이상주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인터넷등을 통해 가격 정보가 오픈돼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 세세한 물건의 가격을 일일이 기억할 수없고 생필품 한가지를 사기위해 여러 가게를 발품파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판매업자들의 가격 재량만 높여 줄 뿐이라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얼마후 오픈프라이스 제도 확대 시행에 관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또 한 방송사 기자가 찾아왔다. 역시 경제부처 담당자처럼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에대한 코멘트를 부탁했다. 저녁 뉴스용이라고 했다.

 

여러번 NG를 내며 성의껏 부정적 의견의 코멘트를 붙여 주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뉴스에 내 코멘트는 사라지고 어느 대학 교수의 긍정적인 코멘트가 붙은 보도가 나갔다.

 

오픈프라이스에대한 여론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새삼 실감할 수있던 대목이었다.

 

오픈프라스제를 실시한 근본 취지는 실제 판매가보다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 폭을 과장해 소비자의 구매행위를 유도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97년 화장품에 처음 도입된 후 의약품으로 확대됐고, 99년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신사ㆍ숙녀정장 등 공산품 12품목에 실시됐다. 이어 2010년 7월 전 의류품목으로 확대됐고, 작년 7월 라면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등 4종도 포함돼 현재 279종이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이처럼 큰 기대를 몰고 시행된 오픈프라이스의 1년 성적표는 어떨까?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로 ‘오픈프라이스’를 넣어봤다.

 

블로그부터 카페 뉴스까지 부정적 포스팅 일색이다.

 

미친~ 정신나간~등의 극단적인 표현도 난무한다.

 

오픈프라이스에대해 소비자들이 갑자기 적대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작년에 추가 도입된 품목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등 반복적으로 다소비하는 상품인데다 유통 판매점이 또한 수도 없이 많아 가격혼란이 가장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 상반기 이들 품목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너도 나도 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한층 민감해진 이유도 한몫을 할 것이다.

 

오픈프라이스가 됐다고 하지만 동네 수퍼에는 여전히 아이스크림 반값 할인이 성행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제도 시행이후 할인율이 70%로 뛰었다.

 

제조업체가 공급가를 올리면 유통업체는 이를 빌미로 소매가를 2~3배 뻥튀기한다.

 

현실적으로 과자 1봉지를 사기위해 동네 수펴 3~4곳을 돌아다니며 가격비교를 하는 소비자가 없는 상황이고 보면 그냥 앉아서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기준가격이 없으니 수퍼 주인에게 왜 비싸게 받냐?고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

 

할수있는 것이래야 고작 “요건너 OO수퍼보다 왜 더 비싸냐?“ 정도다. 무심한 주인이 “그럼 거기가서 사라”고 하면 그야말로 말을 꺼낸 소비자만 무참해질 뿐이다.

 

또 ‘바가지의 규모’가 몇십원 몇백원 규모로 크지 않다보니 무심하게 지나치는 소비자도 많다.

 

아예 자신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도 부지기수다.

 

이래저래 오픈프라이스가 ‘바가지 씌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올봄 장바구니 물가 폭등에 오픈프라이스가 한목을 단단히 한 셈이다.

 

에전부터 오픈프라이스가 시행되고 있었던 TV나 냉장고 가전제품의 경우 자주 구입하지 않는 내구재 품목인데다 구매경로도 전자전문점이나 인터넷으로 단촐하고 가격비교등을 통해 그야말로 완전경쟁이 이루어지는 품목이어서 나름대로 오픈프라이스가 제 역할을 할수있었다.

 

오픈프라이스가 그야말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상적인 가격 제도라 할 수있지만 상품의 유통경로나 특성에따라 효과는 천갈래 만갈래로 갈린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채 아카데믹한 이상론에 치우쳐 적용 품목을 무차별 확대했다면 이제라도 품목이나 제도를 좀더 현실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오픈 프라이즈제도, 그거 혹시 제조업체가 돈주고 만든 제도 아닐까요?”

 

네이버 블로거의 신랄한 한마디처럼 지식경제부가 소비자들로부터 그런 오해를 사지 않을려면 말이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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