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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칼럼]삼성과 현대의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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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칼럼]삼성과 현대의 반전 드라마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9.14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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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사를 쓸때 가장 신경쓰게 되는 점이 있다. 바로 여러 기업 이름이 등장하는 기사의 경우 기업 순서에 관한 일이다.

 

어느 기업이건간에 이름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뒤에 배치되는 것을 여간 싫어하지 않는다.

 

이름이 앞에 나열된 회사는 아무 민원이 없지만 뒤에 언급된 회사는 “우리가 왜 △△회사보다 뒤에 있느냐”며 불만을 제기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산업 담당 기자들에게 공인된 룰은 매출액 혹은 자산순으로 열거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대한상의등 정부 기관. 단체등에서 회사의 순서를 정하는 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현대차 그룹이 순이익 면에서 삼성그룹을 앞질렀다고 해서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00년 이후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삼성이 난공불락의 1위 요새를 지키고 있던 터라 세간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순이익을 따져 재계의 순위를 정하지는 않는다.

 

이번 호들갑은 다만 그동안 매출 자산 순이익등 모든 면에서 1위를 지켜온 삼성이 순이익 하나를 현대기아차에 놓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 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순위는 자산으로 따진다. 자산 규모로 따진 삼성의 순위는 여전히 요지부동 1위다.

 

지난 4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집단 지정제도 현황에서도  삼성은 자산규모가 230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는 126조원으로 자산규모가 거의 절반에 불과하고 순위도 4위다. 중간에 한국토지주택공사(2위)와 한국전력(3위)이 들어서 있다.

 

한국의 산업 역사는 삼성과 현대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반전 드라마였다.

 

기업의 역사는 삼성이 6년 앞섰다.

 

1938년 고 이병철 회장이 만주로 청과물등을 수출하는 삼성상회를 설립한 것이 시초였다.이 조그만 씨앗이 73년만에 거래 글로벌 패밀리 기업을 일군 셈이다.

 

현대그룹은 1946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를 수리하는 현대자동차공업을 설립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창업은 8년 늦었지만 정 명예회장의 불도저 같은 사업 스타일로 기업의 발전 속도는 곧 삼성을 앞질렀다.

 

건설, 조선등 중후장대형 업종으로 발을 넓혀 자산 규모를 급속히 늘려갔다.

 

2001년 3월 정주영 회장 타계 바로 전 해인 2000년 현대그룹은 35개의 계열사를 두고 88조원의 자산을 보유해 명실공히 국내 1위 기업으로 움직일 수없는 위상을 과시했다.

 

당시 삼성은 45개 계열사에 자산 규모는 67조원이었다. 자산규모 격차가 당시에 이미 20조원 이상 벌어져 있었다.

 

당시 기자들은 당연히 재계 기사를 쓸 때 현대 삼성의 순으로 서열을 나열했을 것이다.

 

현대와 삼성의 순위가 다시 뒤집힌 것은 2001년. 현대그룹이 2세 경영인들로 분화하면서 잘게 쪼개졌기 때문이다.

 

그룹이 2세들로 잘게 쪼개진 현대그룹은 2001년 그중 자산이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조차도 삼성은 물론 LG SK 에도 뒤지는 재계 4위에 머물렀다. 물론 공기업 성격의 LH공사나 한전 등을 포함하면 재계 7,8위 순위다.

 

이과정에서 자산규모가 큰 현대건설과 현대전자(하이닉스) 현대오일뱅크가 동반부실로 현대그룹 호적을 떠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자산 격차도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나 KCC 현대백화점등 범 현대가의 자산 불림은 별도로 하더라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주영 회장 타계 당시 세계 10위 권 밖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 4위로 자동차 메이커로 약진하면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위아등 관련 계열사가 모두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현대자동차그룹이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을 품에 안은 것도 삼성과의 순이익및 자산 격차를 좁히는데 한몫했다.

 

삼성전자가 전성기를 누릴 당시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진니어링 삼성테크윈등 관련 계열사들이 같이 날개를 달고 뛰어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하반기에도 IT불황과 자동차 호황이 계속돼 이번에 뒤집혀진 순이익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두 그룹이 또 다시 숨막히는 반전 드라마 크랭크인에 돌입한 셈이다.

 

영화중에 가장 재미없는 영화는 결말이 이미 노출돼 아무런 긴장감없이 흘러가는 스테레오타입이다.

 

스릴러가 재미있는 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영화 끝까지 긴장감을 풀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있다.

 

삼성과 현대가 지금 다시 그 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또 다시 산업 담당 기자들에게 왜 삼성을 앞에 썼냐? 왜 삼성이 현대보다 뒤에 있냐? 이런 푸념과 불만이 쏟아지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1위가 되기 위한 두 그룹의 피나는 경쟁이 거듭될 수록 한국경제도 더욱 ‘뿌리깊은 나무’로 자라나지 않을까?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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