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송곳 칼럼]따뜻한 자본주의, 그런거 없을까?
상태바
[송곳 칼럼]따뜻한 자본주의, 그런거 없을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10.31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엊그제 사과 한박스가 도착했다. 지인이 근처 농장에서 샀다고 보내준 것이다.

 

그냥 사과야 시중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있지만 내가 유독 신 품종인 ‘홍옥’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생각나서 보냈다고 한다.

 

빨간 사과를 한입 베어물면서 문득 대학때 배운 ‘지니계수’가 떠올랐다.

 

당시 교수님이 지니계수를 가장 알기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과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마침 TV뉴스도 한국판 월가 시위로 시끄러웠다.

 

당시 교수님은 100명의 사람과 100개의 사과가 있을 때 모두 각자 1개씩을 나눠 먹으면 지니계수가 0이라고 했다.

 

그러나 1사람이 100개를 모두 갖고 나머지 99명이 단 1개도 못 먹었을 경우는 1이다.

 

이처럼 0과 1사이에서 움직이는 지니계수는 말하자면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한마디로 빈부격차를 수치화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최근 빈부격차 확대로 청년층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나라들의 지니계수는 얼마나 될까?

 

‘1%의 도둑 99%의 위기’를 내세운 월가 시위의 본산 미국의 지니계수는 작년 기준 0.47에 달한다. 지난 2005년 0.38에 비해 거의 0.1%나 높아진 셈이다.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군데 지니계수가 미국보다 높은 곳은 터키와 멕시코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지가 된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포르투갈등의 지니계수도 유럽국가중 최악이었다.

 

포르투갈은 무려 0.385로 유럽 주요국가중 가장 높았고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모두 OECD평균(0.311)을 상회했다.

 

전세계에서 지니계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0.232) 스웨덴(0.234) 오스크리아(0.265) 핀란드(0.269) 스위스(0.276)등 복지와 평등의 개념이 강한 북부와 중부 유럽 국가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지니계수 0.4미만은 저 불평등 0.4~0.5는 중 불평등 0.5이상은 고 불평등 사회라고 한다.

 

지니계수가 낮은 국가일수록 사회적 안정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지니계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알려져 있다.0.6이상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을까

 

지난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14를 기록하고 있다.

 

저 불평등국가이긴 하지만 OECD의 평균을 약간 넘어선 수준이다. 그런대로 생각보다 잘 관리된 수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도 지니계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

 

지난 2006년 0.306이던 계수가 2007년 0.312 2008년 0.315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극빈층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지니계수와 짝꿍인 상대적 빈곤율은 우리나라의 지수가 15.2에 달한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미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층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소득 수준을 일렬로 쭉 나열했을때 딱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50만원도 못버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지니계수가 높은 나라에서 상대적 빈곤율도 높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는 지니계수에비해 상대적 빈곤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OECD평균 상대적 빈곤율은 10.6이다.

 

지니계수가 OECD평균을 약간 상회하는데 반해 상대적 빈곤율은 OECD중 최악수준이다.

 

지난 2000년만 해도 10.5%로 그리 높지 않았는데 최근 10년사이에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17.1) 터키(17.5) 멕시코(18.4)정도 뿐이다.

 

오늘도 국내 100대기업 CEO들의 작년 소득이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한화 두산 GS그룹등 국내 대기업에서 오너가 아닌 CEO들이 작년 한해 급여 배당 스톡옵션 차익등으로 올린 수입이 평균 17억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그만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받는 대우이니 누가 많다 적다 왈가불가할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전체가 그렇다. 돈을 굴려 더 큰 돈을 버는데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자본주의란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가 아니고 기본 동력이 효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능력있는 분들이 17억원을 받는 동안 20대 청년들은 88만원 인생을 살고 있다.

 

아쉽다. 좀더 따뜻한 자본주의, 인간적인 자본주의, 공정한 자본주의 이런 것은 없을까?

 

최근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그가 감성적이고 혁신적인 전자기기들을 만들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전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가진 애플의 CEO로 14년간 재직하면서 매년 단돈 1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14년 동안 14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잡스는 다른 CEO들이 탐욕스럽게 챙기는 신주를 비롯한 스톡옵션도 전혀 부여받지 않았다.

 

정글의 자본주의에 잡스가 그나마 위안이다. 홍옥 사과의 맛에서 한층 더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애플을 생각하니 말이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