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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있는 신차 재도색이 관행? 중고차 취급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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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있는 신차 재도색이 관행? 중고차 취급 받는데..
운송 중 생긴 흠집 재도색으로 '땜빵' 처리..꼼꼼히 살펴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4.0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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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한 푼 두 푼 모아 새 차를 장만했는데 차량 곳곳에 도색 자국이 남아 있다면?

신차 구입 후 재도색(재도장) 흔적을 발견한 소비자와 제조사가 얼굴을 붉히는 사례가 잦다.

제조사에선 차량 건조 후 운송 과정에서 생긴  흠집을 제거해 최고의 상태로 지급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드릴 소비자는 많지 않다.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차량 구입시 재도색 여부 당당히 밝혀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지난 한해 구입한 신차에서 재도색 흔적을 발견하고 중고차를 눈속임해 판매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10여건이나 쇄도했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렉서스,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닛산 등 수입차량 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GM대우, 쌍용차 등 국산차 관련해서도 재도색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신차 재도색으로 인해 제조사로부터 합당한 보상 조치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재도색 여부를 아예 부인하거나, 인정을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기 일쑤다.

◈ "수입차는 운송기간이 길어서...고객 서비스이자 관행"

8일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5천여만원에 구입한 유명 수입차 곳곳에 남아있는 재도색 흔적만 보면 지금도 한숨만 나온다.

지난 2월 초 차량을 구입한 김 씨가 재도색 여부를 알게 된 것은 구입 10일 후 발생한 간단한 접촉사고 때문. 운전석 뒷쪽 휀다 부분이 들어가 펴는 덴트작업을 하러 찾은 정비소에서 작업도중 철판 도색 부분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김 씨는 당연히 정비업체 직원을 먼저 탓했다. 일반적으로 도색 부분이 떨어진 것은 '재도색' 증거인데 신차에서 그런 흔적이 나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찜찜한 마음에 차량 곳곳을 살펴보니 재도색이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운전석 뒷브레이크 통을 떼어보니 테이핑 자국에다 도색 시 먼지가 안에 묻혀 들어간 것 등이 줄이어 발견된 것 .


▲ 차량 운전석 부근 텐트작업 도중 떨어져 나온 재도색 부분


김 씨는 수입대행업체 및 제조사 등에 관련 문의사항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했고 '차량 인도 전 재도색은 있었지만 운송 과정이 길다보니 흠집이 난 부분이 있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색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그렇게 당당한 일이면 왜 판매 시 안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문제 제기 이후에도 딜러가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그쳤을 뿐 제조사 측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 재도색은 좀 더 나은 품질의 차량을 인도하기 위한 수입차 업계의 '관행'이다. 해당 고객에게 충분히 소명을 했으며 문제 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 재도색 의혹 차량 두고 딜러 찾고 책임 떠넘겨

윤 모(남)씨는 지난 해 6월  국산 승용차를 구입했다. 트럭 운송일을 하고 있어 승용차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운행하는 것이 전부라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말끔하다고. 

얼마 전 세차를 하던 윤 씨는 운전석 백미러 밑에 도색이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 광택이 잘 못된 것으로 알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따지자 '재도색의 흔적'이라는 놀라운 답을 받게 된 것.


▲ 밝은 곳에서 보면 뚜렷히 나타나 재도색이 의심되는 부분


AS센터에 문의했지만 '구입 당시 딜러와 상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책임을 넘겨 본사 측에 공식 문의 했다.

하지만 딜러는 현재 퇴직한 상태였고 탁송 과정을 역추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심지어 일부 부분에 대해선 소비자 과실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고.

윤 씨는 "환한 곳에서 자세히 찾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아 뒤늦게 발견한 것이 과실이 되는 모양"이라며 "재도색 의심 여부에 대해 AS센터나 본사 측 어디에서도 속시원히 결론을 내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 제조사들 "신차 재도색은 공정과정의 일부로 정당한 절차"

수입업체들은 신차에 대한 차량 재도색은 수입차 통관 과정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량 인도과정이 길고 배로 운송을 하다보니 흠집이 발생해 이를 재도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무엇보다 수입차는 국내차와 달리 현지 공장에서 출고가 되더라도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까지를 공정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통관검사 후에도 하자가 발생하면 수리를 할 수 있고 이는 정당한 절차라는 주장이다.

한 수입차 제조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입차 제조사들은 차량이 들어오는 항구 근처에 자체 센터를 마련해 품질검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흠집이 발견될 시 재도색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재도색을 하고 흔적이 발생하거나 불량하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하자가 없다면 문제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공정과정에서 이뤄진 재도색이었고 고객에게 인도 직전까지 꼼꼼히 검사를 마친 차량만 인도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굳이 알려야 할 사항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사전에 재도색 여부를 밝히는 것은 고객에게 불안감과 불신만 안겨다 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제조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 제작 완성된 차량이기에 차량 인도기간도 길어봐야 한 달에 불과하고 재도색의 경우 공장 출고 전 품질검사에서 이상 발생 시에만 하고 있어 문제될 수 없다는 것.

국내차 관계자는 "이전 사례를 보자면 차량 인도과정 도중에 영업사원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이를 무마시킬 목적으로 사설업체에서 재도색을 하는 경우는 있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사 특성상 공장 출고 후 제조사 자체적으로 재도색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변색 등 문제 발생, 재도색 완벽할 수 없어"...사전에 알릴 의무는 있어야

이유를 막론하고 신차의 재도색은 차량 가치를 훼손하는 것임엔 분명하다.

실제로 중고차 판매시 재도색 흔적이 감가율 상승의 원인이 되며 재도색 자체가 도색 사유와는 상관 없이 차량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물로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본의아니게 사고 차량으로 판정받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도색 차량 곳곳에서 발견되는 도색 흔적들은 '완벽한 서비스를 위함'이라는 제조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자동차 전문가들 역시 신차에 대한 재도색은 차량 소유주가 될 고객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도색 과정과 완성차 단계에서의 재도색은 기술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것.

자동차 전문가 박병일 명장은 "도장 작업은 온도를 높게 가해서 하는 것이 특징인데 재도장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할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강도나 수명 등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재도색을 하더라도 완벽한 차량 상태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소비자에게 차량 구입 시 '재도색 차량'인지 별도 고지를 하는 지가 중요하다"면서 "일부 업체에서 '관행'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제조사 사이에서의 관행이지 소비자들의 동의를 구한 관행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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