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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배터리 불타도, 제조사는 '강아지' 타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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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배터리 불타도, 제조사는 '강아지' 타령만
'외부 충격'으로 단정, 제대로 확인조차 안해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6.02.29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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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강북구에 사는 송 모(남)씨는 스마트폰 충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집에 불이 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전자 휴대폰 구입 시 정품으로 받은 고속 충전기에 충전을 한 채로 잠이 들었는데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깜짝 놀라 일어났다. 충전단자는 까맣게 그을렸고 씌워놓은 실리콘 케이스가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운 상태였다. 배터리 역시 터질 것처럼 뜨겁게 열이 났다고.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서는 1년 이내이니 충전단자를 무상으로 수리해주겠다고 할 뿐 원인 규명조차 없었다. 송 씨는 “불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게 아니라 무서웠다”며 “평소 발열이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라면 제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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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 중 발열로 인해 충전단자에 불에 타고 실리콘 케이스가 녹아내렸다.

#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구 모(여)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평소처럼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충전잭에 꽂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는데 뜨끈한 기운이 느껴져 깨보니 불꽃이 보였다. 깜짝 놀라 충전잭을 분리했더니 이미 충전단자 부분이 녹아내린 상태였다. 서비스센터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강아지가 물어뜯은 게 아니냐”는 황당한 소리만 돌아왔다고. 이미 충전단자에 생기는 열로 인해 두 달 전 수리받은 이력이 있는데도 소비자 탓을 할 뿐이었다. 구 씨는 “불이 났다고 하니 대뜸 있지도 않은 강아지 탓으로 몰고 가더라”라며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제조단계 문제가 아니니 무조건 소비자 탓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황당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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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해 충전단자가 불에 탔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하던 중 갑작스런 배터리 폭발이나 발열로 인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소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반 스마트폰 배터리뿐 아니라 휴대용 보조배터리 역시 화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저가형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충전 또는 사용 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둔 배터리에서도 불이 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저가형 보조배터리, 정품이 아닌 충전기 가운데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KC안전인증 등 검수를 받지 않은 제품이나 가품들은 과열 등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폭발의 위험이 있다.

정품 역시 화재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보상을 받기 힘들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코리아 등 제조사들은 배터리 폭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제품 하자가 아닌 소비자 과실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하기 때문. 내부 검사 뿐 아니라 KC안전인증까지 받은 정품이라면 안전장치가 돼 있기 때문에 폭발할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들이 ‘스마트폰 배터리 화재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강아지의 뾰족한 이빨 등 외부 충격이 있을 때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높았고, 배터리가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분이 유입되는 등 일상적인 이유로는 가능성이 낮았다.

이때문에 제조사들이  구 씨의 사례처럼 정확한 원인도 알아보지 않은 채 강아지가 물어뜯은 게 아니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소비자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 불량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보통 충격을 막는 케이스를 씌워놨음에도 뾰족한 물건으로 압박했다는 제조사 주장을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조사의 원인 규명을 신뢰할 수 없다면 기술표준원 등 제3기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소비자가 직접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제조사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공정한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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