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15대 증권사 중에서 '매도 리포트'를 단 1건이라도 발행한 증권사는 6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곳 늘었지만 비중은 극히 낮아 '매수' 위주의 리포트 발행 관행은 여전했다.
특히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도리포트 의무제를 시행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단 1건의 매도 의견을 내지 않아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향상을 위해 분석대상 회사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실 발생 시 그 사실을 기재하고 중요사실 발생에도 매도 또는 중립 의견이 아닌 경우 판단 근거를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5대 증권사 중에서 '매수' 의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교보증권(대표 김해준)이었다. 교보증권의 매수 비중은 97.9%에 달했고 중립은 2.1%에 그쳤다. 매도 의견은 아예 없었다.
금융투자협회는 각 증권사의 리포트 등급 정보를 비율로만 공시하고 건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교보증권의 지난해 상반기 매수 비중은 99.3%였다는 점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타 증권사 대비 매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영증권(대표 원종석)도 교보증권과 더불어 매수 비중이 90%를 넘겼다. 신영증권은 올해 상반기 매수 의견 비중이 93%를 기록했는데 작년 상반기 대비 매수 의견은 2.6% 포인트 감소했고 대신 중립 의견이 2.6% 포인트 상승했다.
미래에셋대우(대표 홍성국)와 신한금융투자(대표 강대석), 대신증권(대표 나재철)도 매수 비중이 80%가 넘어 비교적 높았고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 삼성증권(대표 윤용암),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 황웨이청), 한화투자증권(대표 여승주)도 매수 의견이 1건도 없었다.
한편 '매도'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증권사 6곳 역시 매도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매도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도 전체 리포트 대비 매도 비중이 1.9%에 불과했고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과 미래에셋증권(대표 조웅기)는 1.3%,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도 1.2%였다.
특히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매도 리포트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매도 의견을 단 1건도 제시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주진형 전 사장 퇴임한 뒤 매도 리포트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폐지한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전체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은 8.3%를 차지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도 매도 비중은 7.4%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한화투자증권은 매수 의견 12건, 중립(보유) 의견 14건만 제시했다. 매수 비중도 46.2%를 기록해 조사대상 증권사 중 가장 낮았고 반면 중립 비중이 53.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은 것이 주 전 사장 퇴임과는 무관하며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타 증권사 대비 리포트가 자주 나오지 않고 담당 영역도 한정돼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은 아니고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매도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상반기 증시가 비교적 호황이라 매도 의견이 줄었고 중립 의견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